메기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물메기는 꼼치·곰치·물곰·미거지·미기·물텀벙으로 달리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속에는 혼동된 부분이 있다.

통영 추도에서 만난 주민은 "여기 물메기와 강원도 곰치는 다른 종류지"라고 말한다.

동해안 쪽에서는 꼼치를 곰치·물곰이라고 한다. 남해안 쪽에서는 물메기를 곰치·물미거지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꼼치가 곧 물메기라는 말인데, 엄연히 따지면 차이가 있다. 꼼치·물메기는 같은 쏨뱅이목 꼼칫과이다. 하지만 학명은 다르다. 꼼치는 'Liparis tanakai', 물메기는 'Liparis tessellatus'다. 꼼치는 깊은 바다, 물메기는 비교적 낮은 곳에서 잡힌다. 못생긴 모습은 비슷하지만 색깔 차이가 있으며, 크기도 꼼치에 비해 물메기가 작다. 통영수협 관계자는 "꼼치는 더 뚱뚱해서 복어처럼 생겼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 둘은 같은 것으로 통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자료에 '꼼치(일명 물메기)'와 같은 식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물곰은 곰처럼 둔하게 생겼다 해서 붙여졌고, 미거지는 물메기와 같은 쏨뱅이목 꼼칫과지만 동해에 서식하는 또 다른 종이다. 미기는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에서 사투리 격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물텀벙이라는 이름에는 그 배경이 있다. 옛 시절 잡혀 올라와도 이상한 생김새에 살까지 물러서 어부들이 그대로 버렸다고 한다. 물에 빠트릴 때 '텀벙' 하는 소리가 나다 보니 그리 불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버림받는 것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1814년 정약전이 쓴 어류학서인 <자산어보>에는 '술 병을 잘 고친다'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그냥 삶으면 살이 풀어지기에 상할 때를 기다렸다가 먹었다'는 내용도 있어 귀한 대접 받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물메기는 얼린 것을 녹이면 살이 완전히 풀어져 먹을 수 없다. 냉동하지 않다 보니 유통이 쉽지 않았고, 특히 깔끔 떠는 서울 쪽 사람들은 흐물흐물한 이 느낌에 거부감이 많았다. 한 10여 년 전부터 갈수록 특이한 음식을 찾는 매스컴에서 물메기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물메기 앞에 '어생역전'이라는 말이 종종 붙는다. 이제 겨울철에는 물메기가 대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어시장 상인들은 "대구가 물메기보다 그래도 좀 비싸기는 하지만,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라고 한다.

물메기는 대구와 마찬가지로 암놈보다 수놈이 좋은 대우를 받는다. 수놈은 크기가 큰 반면 암놈은 알을 품고 있어 살이 적고, 크기도 작다. 통영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가 "사람은 여자가 귀한 대접을 받는데, 물메기는 정 반대"라고 하자, 옆의 할머니는 "사람도 남자가 더 먼저잖아"라며 타박을 주기도 한다.

물메기는 봄·여름 수심 50~80m 되는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다 산란기인 11~2월 연안으로 몰려든다. 물메기는 조류에 밀려 강제로 그물에 들어가게 하는 안강망을 이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멸치잡이인 권현망 방식, 즉 배 두 척이 그물을 끌어 잡기도 한다. 하지만 통영에서는 통발을 이용한다. 특히 추도 같은 곳은 옛 방식 그대로 대나무통발을 이용한다. 큰 줄에 7m 정도 간격으로 대나무통발을 하나씩 매달아 바다에 넣는다. 그러면 통발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놈들을 그대로 끌어 올리면 된다. 통발 그물에는 물메기 알도 덩어리처럼 붙어 있는데, 국 끓여 먹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건메기는 비린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이는 생선 비린내 원인인 트리메틸아민이라는 성분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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