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길 유기농 사랑친환경 농업 산증인,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농사"

한 시간을 달려와 도착한 진주시 수곡면 원계리 대성농원. '3년 이상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딸기 재배 하우스 앞의 온도계는 -2.2도를 가리키고 있다.

"들어와 보세요. 이 안은 따뜻합니다. 아침에 한번 수확하고 작업장에서 포장 작업 중입니다. 직접 한번 따 드셔보세요."

친환경농업 진주시지회 정동석(73) 회장은 30년간 직접 일군 유기농 비닐하우스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딸기재배하우스 안에 들어서자마자 안경에 김이 서린다. 영상 20도 전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막식 비닐하우스 위로는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 땅이 유기농 땅입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땅이죠. 이렇게 만드는 데 30년 걸렸습니다. 여기 벌통 안에 있는 벌도 유기농 벌입니다."

   

진주 수곡면이 고향인 정 회장이 유기농사를 택한 이유는 농약 때문에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다. 사과 농사를 주력했던 그는 농약을 치다 두 번 쓰러졌다. 1980년께 그는 사무나무 1300그루를 모두 베어 버렸다. 다시는 농약과는 함께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유기농 딸기 농사 시작하며 고생도 많았죠. 산청에서 한약재 구해 와서 제가 직접 제초제를 만들었죠. 지금이야 양반이지 하우스 시설도 그 당시에는 대나무를 이용했어요. 그것 휜다고 고생 좀 했죠."

모난 돌 정 맞듯 초창기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풍부한 수확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수확량은 신경 쓰지 않았죠. 언젠가는 유기농이 대접받는 세상이 올 거라고 믿었죠. 한 4년이 지나니 땅이 변하기 시작하데요."

그가 정성을 다해 키웠던 것은 딸기가 아니라 땅이었다. 정 씨의 일터는 저농약,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을 거쳐 드디어 완전한 유기농 땅, 국가인증농장으로 인정받았다. 유기농 딸기농사는 정 씨,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농약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많은 노동력을 동반했다.

제초제 대신 손으로 하나하나 잡초를 뽑아야 했고 유기 약제를 만들고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의 땅 사랑, 딸기 사랑, 소비자 사랑은 제17-03-1-8호 번호가 되어 돌아왔다. 정동석 표 농사를 대신해 국가가 인정하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번호인 것이다.

정 씨가 따준 딸기를 입에 넣고 딸기 포장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컨테이너로 향했다.

작업장에는 정 씨의 셋째 아들과 며느리가 방금 수확한 딸기를 상자에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방학을 맞은 정 씨의 두 손자도 작은 손을 보태고 있었다.

"제가 나이도 먹고 해서 딸기농사를 회사 잘 다니던 셋째, 저놈을 꼬드겨서 넘겨주었죠."

딸기 재배를 함께하는 셋째 며느리.

정 씨의 4남 1녀 중 셋째인 정주환(39) 씨는 도시생활을 접고 3년 전 아버지 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아버지의 이름을 대신해서 대성농원을 이끌고 있다.

"농사 지으면서 많은 것 느낍니다. 지금도 쉽지 않은데 이 많은 것을 혼자 해오셨으니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주환 씨는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보물 같은 유기농 땅에 여러 작물도 병행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또한 땅을 계속 가꾸고 보전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진 않는다.

"유기농 땅은 쉽게 만들 수도 없지만 보존하기에도 어렵습니다. 매년 땅 검사도 받고 여기서 생산되는 작물도 검사를 받죠. 친환경 농산물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250여 가지의 검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친환경 유기농 딸기라는 라벨을 붙일 수 있죠."

딸기에 대한 자신감이 정주환 씨 목소리에 힘을 불어 넣어준다. 겨울철 딸기는 시집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는 주환 씨의 아내도 부지런히 포장 작업을 한다. 옆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큰딸 아이가 딸기가 포장된 상자에 라벨을 붙인다.

국가가 인정한 친환경 유기농 딸기는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유기농 가업 3대가 함께 하는 작업장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오후 3시에 딸기가 서울로 올라갑니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서울 청과 등 주로 거래처는 서울에 있습니다. 또 상자 상표를 보고 직접 전화해 주시는 소비자도 많아요. 일손이 달려서 전자상거래는 요즘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정동석 씨의 고집스러운 유기농 사랑은 점점 빛을 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작년 11월 21일 농촌진흥청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유기농업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유기농업 한길로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보급과 확산으로 친환경 농업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되어 상을 받은 것이다. 서부 경남 친환경 유기농업의 산증인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는 많은 일을 못해요. 그렇지만, 아들 녀석이 열심히 일하니 보람이 있죠. 농사란 곧 사람이에요. 자기가 못 먹는 것을 지으면 안 되죠. 저 손자 녀석들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게 만들어야죠. 그게 딸기 농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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