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기 쉬워 보물단지 다루듯…농사꾼 사이에서도 힘든 일로 통해

대곡면 단목리에서 10년 동안 딸기를 재배한 조현주(54) 씨는 딸기 농사가 제법 전망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유로 밝힌 점은 의외였다.

"남이 힘든 일을 해야 전망이 있습니다. 딸기 농사는 진짜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 전망이 있죠. 하하!"

그렇다. 딸기 농사는 농사꾼들 사이에서도 힘든 일로 통한다. 쉴 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딸기가 가진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90% 이상이 수분인 딸기는 자칫 상하기 쉽기 때문에 여간 신경 써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사소한 과정도 허투루 할 수 없다.

좁은 고랑 사이로 딸기 수확용 수레(그림1)를 발로 밀고 가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양쪽 고랑으로 갓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하는 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수레에 설치된 고정 틀에 딸기 수확용 바구니를 끼우고 앞뒤로 옮겨가며 적당히 숙성한 것을 따야 한다. 직접 수레를 타볼 수 있었던 수곡면에선 대부분 설향 품종을 재배한다. 설향은 국내 유통용이기 때문에 크고 전체적으로 붉은 열매를 따면 된다. 하지만 수출용 품종인 매향은 이동시간을 고려하여 붉어지기 전에 수확하여 포장한다. 해외로 가는 동안 익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수확한 딸기는 바퀴가 달린 이동선반(그림2)에 담겨 선별장으로 옮긴다. 선별장에선 크기 별로 선별하여 포장을 하는데 지역에서 팔 것들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고, 마트나 백화점, 타지역으로 갈 것들은 도시락포장이라 부르는 500g 들이 투명 용기에 담아 종이상자에 담는다. 500g 네 상자가 들어가니 한 상자 당 2kg이 된다. 붉은 플라스틱 바구니는 농가에서 작은 것은 150원, 큰 것은 500원까지 주고 사는데 종이상자 포장보다는 싸다.

   

손 끝에 붉은 물이 들도록 선별·포장을 하고나면 지친다. 조현주 씨도 3월쯤 되면 딸기냄새에 질려버린다고 한다.

딸기는 모종농사라고 할 만큼 모종이 중요한데, 이 또한 기온과 강수량에 민감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처럼 현장에서 보고 체험한 딸기농사의 과정을 설명하는 것 만으로도 그 지난한 과정에 뒷목이 뻑뻑해지는 느낌이다. 향기롭고 달고 촉촉한 딸기는 이토록 거친 노동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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