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시락국’…10시간 냉장 뷔페식 반찬통

찾았다! ‘서호시장 시락국집’. 이미 인터넷에서 유명한 집이다. 서호시장에는 시장골목 북쪽으로 시락국골목이 있다. 그 첫머리에 있는 집이 ‘원조시락국’이다.

좁은 식당 한가운데 길게 반찬통들이 열을 지어있다. 그 반찬통을 사이에 두고 또 길게 탁자가 놓여있고 의자가 놓여 있다. 뷔페식에다 손님들이 나란히 바에 앉아 먹을 수 있는 구조이다. 손님들이 준비된 접시에다 자기가 먹을 반찬들을 덜어놓으면 주인은 밥과 시락국 그릇을 내어온다.

“어머님이 객지서 들어와 이모님이랑 둘이서 시작했다쿠데예. 한 50년 되나 봅니더. 처음에는 포장마차처럼 탁자 3개 두고 한 솥 팔면 장사 끝냈다쿠데예. 시락국밥에 반찬이라곤 깍두기 하나…. 그리 팔았답니다.”

장재순(61) 아지매. 객지에서 돌아와 어머니한테 이어받아 장사한 지 이제 23년 됐다.

/권영란 기자

“반찬은 보통 12가지입니더. 예전에는 항아리에 반찬을 넣어두었는
데 이기 맨날 냉장고에 넣었다 뺐다하려니 힘이 들어서…. 이 반찬통들은 우리 아저씨 생각인데, 이 밑에 전부 냉장시설이 되어 있어 신선도를 10시간 정도는 유지할 수 있지예. 뷔페식이라서 쓰레기가 하나도 안 나옵니더. 채소반찬이 많으니 손님들 중에는 큰 그릇 달라고 해서 비벼먹기도 하고예. 주말이면 아무래도 바빠 반찬 만들 새가 없어 주중에 반찬을 마이 만들지예.”

통영항이 가까이 있어 배 타는 사람들이 주로 이곳을 이용한다. 배 타는 사람이 어찌 선원만 있겠는가. 항구 근처의 식당에는 왠지 좀 더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 같다.섬에서 뭍에 장 보러 온 사람들, 정박한 배에서 잠시 내려 뭍에서 한 잔 기울이고픈 뱃사람, 낙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휴일마다 집에 왔다가는 교사,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관광객들…. 예전에는 바쁜 사람들이 손쉽게 급히 먹으러 왔지만 요즘은 젊은 청춘남녀들이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찾아온다.

/권영란 기자

“인자는 시래기 구하기가 좀 힘들어예. 인근에서 구하기가 힘들어 우리는 대구에서 밭뙈기로 사와서 착착 말려 창고에 저장합니더. 겨울에는 시락국을 택배로 주문하는 손님들도 많습니더.”

재순 아지매는 자기 집은 ‘빈 그릇 운동 선서’도 했다며 벽에 붙은 사진과 선서문을 자랑했다. 원조시락국집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서호시장 ‘시락국골목’이다. 선원들이 들락거렸을 대장간과 선원 휴게실을 지나 지금도 몇몇 시락국집이 문을 연다. 이 골목 어느 집을 들어서도 뜨근한 국밥 한 그릇의 사람살이가 느껴질 듯하다.

막걸리 한 통에 시락국밥을 안주로

고깃배 타는 조용규(65) 아재

시락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 한 통을 비우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은 탄탄했다.

“30년 동안 안 가본 데가 없제. 제주도고 전라도 서해고….”

/권영란 기자

아재는 작은 고깃배 선장이라고 했다.

“주로 무얼 잡는데예?”

“고기보다 해산물을 잡지예. 다이버들 잡는 배 운전도 해주고, 나도 다이버해서 잡고.”

배를 타고 나가면 못 오지만, 일이 없을 때는 점심때마다 와서 막걸리 한 통을 비우고서야 일어난다고 했다.

“뜨근한 시락국밥에 막걸리 한 통이면 뱃속이 든든하제. 여게는 혼자 와서 묵기도 좋고.”

용규 아재는 막걸리까지 곁들여 7000원이면 한 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빈 잔에다 막걸리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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