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들어서면 옛 기억이 소롯이…

함안군 칠원면 운곡마을에 가면 깨끗하게 잘 보존 되어 있는
돌담집 10여 채가 있습니다.

기술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집주변에서 주워온
제각기 다른 모습의 한 돌들을 쌓아 올려 직접 지은 집들입니다.

앞마당에는 감나무가 있고 대문을 나서면 논밭이 있습니다.

함안 칠원 운곡마을 돌담집 흙집 슬레이트집./김구연 기자

가을 추수가 끝나면 집 앞 논밭은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짚으로 만든 공을 차며 하루 종일 들판을 내달렸죠.

잔치가 있는 날은 돼지 오줌보가
짚으로 만든 축구공을 대신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저녁 연기에

골목 어귀에서 밀려오는 된장국 냄새에

아이들의 발길은 저절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함안 칠원 운곡마을 돌담집 흙집 슬레이트집./김구연 기자

작은 돌담집은 어려운 시절,
아흔 아홉 칸 대저택 부럽지 않은 안식처였습니다.

새마을 운동과 함께 초가는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붕개량 사업에 슬레이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싸리문이 서있던 자리는 파란색 쇠대문이 들어섰고,
방문마다 어렴풋 흔들리던 호롱불도 사라졌습니다.

함안 칠원 운곡마을 돌담집 흙집 슬레이트집./김구연 기자

처마 밑에는 어김없이 ‘뚜꺼비집’이 설치되었습니다.

전력 과부하가 걸리면 곧잘 ‘퍽’하며 휴즈가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면 스패너모습을 닮은 납 휴즈를 갈아 끼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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