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앙다문 입술 열어젖히면 한산 바다가 철썩 입안 때린다

얼마나 귀하기에 이놈은

굳게 다문 입을 웬만한 힘으로는 열지도 못 한다.

손잡이도 없어 기어이 귀퉁이를 부숴 틈을 만들고

들어가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틈틈이 외벽을 두텁게 하느라 분주하다.

어찌나 급했던지 마구 쌓은 벽이

제멋대로 돌출해서 찌를 듯한 태세다.

줄에 달라붙어 바다 아래에서 올라온 굴은 세척 후 망에 담긴다. 사람 손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줄 끌어올리기·줄에서 분리·세척·망에 담기 등은 모두 기계 힘을 빌린다. /박일호 기자 iris15@

심지어는 제 몸이 아까워

자웅을 한 몸에 싸매고 산다.

그래도 아쉬웠나?

응당 몸을 맡겨야 하는 파도마저 귀찮아

애당초 뿌리 깊은 바위에 자리 잡았다.

오죽하면 석화(石花)라 했겠는가!

잘난 놈 인물값 한다더니

너 잘났다!

팽! 하고 돌아서려다

그래도 여태 한 게 아쉬워

기어이 그 문을 열어

마침내 그 속에 오르면

아….

바다가

여기 다 있었네!

입 속에선 파도가 친다.

깐 굴은 바닷물에 한번 헹구기 때문에 짠맛을 그대로 품고 있다. 바구니에 담긴 굴은 규격에 맞게 포장된 후 바로 경매장으로 향한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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