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갯벌엔 분홍색 메뚜기도 산다

국명 : 청분홍메뚜기
학명 : Aiolopus thalassinus tamulus (Fabricius)

오늘은 봉암갯벌에 다녀왔다. 마창환경운동연합에서 봉암갯벌에 있는 곤충상을 조사해 달라고 해서였는데 해마다 1회성이라 많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2009년부터 했으니 딱 5년째다.

조사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지 2주가 되지 않았는데 봉암갯벌에 도착해보니 어느새 휑하다. 갯벌에 새가 없어서가 아니라 추석맞이 벌초를 했는지 갯벌 주변 풀들이 모두 신병교육대 군인들 머리처럼 아주 짧다. 곤충들의 서식처를 이리 싹 밀어놓고 곤충 조사를 하라니…? 담당자에게 얘기하니 “아이고 내가 혼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여기도 자원봉사가 일을 할 때 정리해야 돼서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하긴 해마다 추석 즈음에 주변 풀들을 싹 정리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그나마 남아 있는 풀숲 사이로 포충망을 이리저리 휘둘러본다. 그래도 녀석들이 아주 멀리 도망가지는 않았는지 해마다 보이던 곤충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내민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봉암갯벌에서는 잘 보이는 청분홍메뚜기도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메뚜기는 초록색 아니면 갈색인데 이미 이름으로 짐작했겠지만 분홍색이 들어있다.

청분홍메뚜기 분홍색형.

사실 나는 이 청분홍메뚜기를 처음 보았을때(2009년) ‘어머? 빨간색 메뚜기가 다 있네?’ 라는 생각을 했었다. 빨간색이란 색깔에 흥분하여 이름을 찾아보니 정작 이름을 지은 사람은 빨간색보다는 분홍색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름에 분홍을 넣어 지었다. 청분홍메뚜기는 주로 해변의 모래밭이나 강변, 경작지 부근 풀숲에 산다고 하니 바다나 강과 제법 친하게 지내는 메뚜기인 모양이다. 그리고 자료를 더 찾아보니 바닷가 근처에 사는 메뚜기목 곤충들은 염분의 영향으로 붉은색을 띠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개체가 붉은 건 아니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록색형도 있다.

청분홍메뚜기 약충.

어쨌거나 분홍색 메뚜기가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충격적이어서 그날 바로 블로그에 ‘분홍색 메뚜기 보셨나요-청분홍메뚜기’ 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했는데 한참 후에 아는 지인이 경남지역 라디오 프로그램에 ‘분홍색 메뚜기가 있다? 없다?’라는 OX 퀴즈가 나왔는데 들었냐고 묻는다. “아니, 못 들었는데”라고 하니 정답 해설에 ‘봉암갯벌에 청분홍메뚜기라는 분홍색 메뚜기가 산답니다’ 라고 나왔다며 아마도 네 블로그를 보고 문제를 낸 거 같다고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후훗, 메뚜기가 분홍색인건 나만 신기한 게 아니었다!

청분홍메뚜기 초록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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