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국내 여행지는 어디일까. 역시 제주도 아닐까. 푸른 바다, 따뜻한 날씨, 아름다운 자연, 한라산, 오름, 올레 그리고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

최근 제주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여름 휴가철이 다 끝나가지만 제주는 사시사철 실망을 허락하지 않는 섬이다. 여름에는 성게, 보말, 전복, 자리돔, 옥돔, 돌돔, 황돔, 히라스, 다금바리, 겨울에는 갈치, 고등어, 방어, 전갱이 등이 우리를 유혹한다.

가는 김에 현지인을 비롯해 제주를 자주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맛있는 음식점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많은 음식점이 생겨난 것은 물론이고, 기존 유명한 음식점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게 제주다. 맛으로 정평이 난 집들도 언제, 어떻게 망가질지 모르는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제주시에 두 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한 식당이 대표적이다. 각종 회와 물회, 생선구이, 생선조림 등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혹평을 듣고 있다. 가격 대비 내용물이 너무 부실하고 서비스도 엉망이라는 비판이다.

안타깝지만, 맛집으로 알려지면 ‘변질’되는 건 한순간이다.

보건식당 자리물회./고동우 기자

기자도 100% 확신은 할 수 없다. 워낙 많은 음식점을 소개받아 가보지 못한 곳도 있다. 하지만 소개한 지인들의 경륜과 안목을 신뢰하기에 이 지면에 감히 그 이름들을 풀어놓고자 한다. 대부분 오래된 음식점들로서, 이미 맛집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맛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사시사철 넘치는 먹거리

제주는 크게 동서남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중심 도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위치한 북쪽과 남쪽에 예의 음식점이 몰려 있다. 먼저 두 지역부터 비슷한 음식점 유형별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제주 하면 역시 해산물. 횟집 등 해산물 요리 중심의 음식점도 있지만 일반 밥집에서 생선회, 물회 등 각종 해산물을 다양한 형태로 파는 곳도 많다.

제주시 쪽에서 횟집으로 이름난 곳은 마라도횟집과 백선횟집이다. 두 집은 방어, 고등어, 갈치, 히라스, 도미 등 제철 회를 다소 터프하게 썰어 내놓는 공통점을 보인다. 서울 등 다른 도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올레길 16코스 중간쯤에 있는 해녀의 집도 생선회는 없지만 싱싱한 전복, 소라, 문어를 회나 구이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다. 제주에는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해녀의 집’ 간판을 단 식당이 마을 곳곳에 있는데 거의 평가가 후한 편이다.

서귀포 쪽은 우정횟집과 서귀포시장 내 황금어장이 평판이 좋다.

우정횟집은 차진 회 맛과 풍성한 상차림을, 황금어장은 비록 포장만 가능하지만 싼 가격에 넉넉한 생선회와 해물을 자랑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면 다금바리 등을 맛볼 수 있는 큰갯물횟집, 진미식당, 남경미락을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제주도엔 갈치국, 성게(미역)국, 갈치조림·구이, 고등어조림·구이, 해물뚝배기 등 보통 밥과 함께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일반 회와 물회, 회무침, 전복죽 등 각종 해산물 요리를 같이 메뉴판에 올려놓은 음식점이 많다. 제주의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식당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음식점은 사실 너무 많아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순옥이네명가 성게회./고동우 기자

제주시 쪽은 도두동 순옥이네명가와 탑동 산지물식당, 곶감식당, 시청 근처 한라식당, 보건식당, 누룽지식당 정도가 추천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내장을 진하게 갈아 넣은 전복죽이 일품이고, 다른 식당에선 잘 팔지 않는 ‘고소함의 극’ 성게회의 맛까지 선사했던 순옥이네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서귀포에선 어진이네횟집과 삼보식당, 기억나는집, 진주식당이 간판급이다. 어진이네는 물회가, 삼보식당과 기억나는집, 진주식당은 해물뚝배기(탕)가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회 전문점으로는 공천포식당이 있다.

제주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돼지고기겠다. 괜찮은 고기집은 주로 제주시 쪽에 몰려 있는 편인데, 서문시장 내 정육식당에 가면 꽤 저렴한 가격에 돼지고기는 물론 질 좋은 소고기까지 즐길 수 있다. 허름하지만 직접 농장에서 기른 돼지고기를 파는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소낭밭돼지고을도 후회하지 않을 집이다. 흑돼지가 있는 풍경, 흑돈가도 유명하다.

서귀포 쪽은 산골숯불왕소금구이, 신우가촌, 오름막가든을 많이 추천하고 동환식당과 용이네식당도 제주식 두루치기와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로 인기가 높다.

동서남북 빈틈이 없다

서쪽과 동쪽은 역시 모슬포항과 세화항, 성산항 등 항구를 중심으로 음식점이 발달해 있다. 모슬포항 쪽에는 만선식당, 덕승식당, 항구식당, 부두식당 등 앞서 제주의 전형적인 식당 형태라 했던 음식점이 많고 모두 평판도 괜찮다.

만선식당은 고등어회, 덕승식당은 우럭조림, 항구식당은 물회, 부두식당은 갈치국이 대표 음식이다. 바다 건너 있는 가파도의 바다별장도 각종 회부터 무침, 뿔소라구이, 문어숙회, 성게비빔밥 등 풍성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어 명성이 자자하다. 모슬포항에서 북쪽으로 많이 올라와 한림항 주변에 있는 사형제횟집은 고등어회, 모둠회, 딱새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라식당 갈치조림./고동우 기자

동쪽에는 세화항 주변 전복요리 전문점 명진전복과 성게국수·회국수 등 좀 독특한 음식을 내는 동복리 해녀의 집이 찾아갈 만하다. 성산항 근처 오조해녀의 집, 섭지해녀의 집, 시흥해녀의 집은 진한 전복죽 맛으로, 충남식당은 저렴한 가격의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등으로 사랑받고 있다.

다른 지역에선 거의 먹어볼 수 없는 제주만의 음식을 찾는 사람도 있겠다. 고기국수, 몸국, 각재기국(전갱이국), 멜국(멸치국), 말고기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시 쪽엔 골막식당(고기국수), 국수세상(고기국수, 몸국), 삼대국수회관(고기국수), 올래국수(고기국수), 돌하르방식당(각재기국, 멜국), 앞뱅디식당(각재기국, 멜국)이, 서귀포 쪽은 신라원(말고기), 가시식당(몸국)이 이 방면으로 이름이 높다.

서두에서 말한 대로 제주에는 맛있는 음식점이 정말 많지만, 그만큼 평가도 극과 극을 달리며 수시로 달라지고 있다. 거론한 음식점을 참조는 하되, 너무 믿지는 말고 ‘자신의 입맛’에 더 확신을 가지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여러 사람이, 특히 소위 맛 전문가들이 맛있다고 하면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호평만 늘어놓는 이가 적지 않다.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늘 완벽한 음식점은 있을 수 없다. 솔직하게 의견을 내놓고 정직하게 비판할 건 비판하는 목소리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후에 그 음식점에 들를 사람들, 그리고 해당 음식점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피하지도 말고, 실망을 두려워하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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