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봄에 난 것이 으뜸

재첩은 백합목 재첩과 민물조개다. 재첩은 번식력이 좋아 '첩을 여럿 거느린다', 혹은 '잿빛 나는 조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50년대까지는 '가막조개'가 표준어였다. 부산 낙동강 주변에서는 '재치' 혹은 '재칩'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재첩'으로 변형되면서 표준화되었다. 하동·광양 사람들은 강의 방언을 섞어 '갱조개'라 부른다.

재첩은 물 맑은 곳만 찾는다. 과거에는 낙동강·영산강·금강 같은 곳에도 서식했지만, 오늘날 대량 채취가 가능한 곳은 섬진강이 유일하다. 섬진강은 모래톱이 많아 자연정화가 잘 된다. 특히 바닷물이 적절히 섞여 재첩 서식에 큰 도움을 준다.

겨울에는 모래 1m 아래로 들어가 동면을 하다 4월부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재첩 채취는 4∼6월이 절정이다. 뽀얀 색과 고유 향이 가장 도드라진다. 비 많은 여름에는 재첩 질이 떨어지는 시기다. 이때도 종종 채취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여름에는 강을 쉬게 놔둔다'라고 한다. 그러다 9월부터 11월까지 또 한차례 집중적으로 채취한다. 봄에 잡은 것은 저장해서 여름에, 가을에 채취한 것은 역시 저장해 겨울에 내놓는다. 맛으로 따지면 5∼6월 100%, 9∼10월 80%, 여름·겨울 60% 수준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물 빠진 모래 위에는 재첩이 없다. 재첩이 물을 따라 계속 이동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보통 10리(4㎞) 가까이 이동한다고 한다.

재첩은 개개인이 거랭이(손틀방)로 강바닥을 긁어 채취한다. 그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그리고 체에 담아 모래·자갈·흙을 걸러내면 된다. 채취한 것은 6시간 이상 물에 담가 재첩이 품고 있는 나쁜 성분을 뿜도록 한다. 이후 씻어서 솥에 넣어 끓인다. 알맹이와 껍데기를 분리하는 방법은 예전에는 체에 담아 물에서 흔들거나, 손으로 박박 문질렀다. 요즘은 원형기계에 넣어 돌리기도 한다.

배를 이용해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었다가 1990년대 들어 허용됐다. 한 달에 거랭이는 열흘, 배는 20일가량 작업할 수 있다.

재첩 효능에 대해 하동 어느 주민은 "주변에 황달 있는 사람이 재첩 한말을 진액으로 먹더니 금방 낫는 것을 봤다"고 전한다. 재첩은 차가운 기운이 많기에 열 많은 부추로 그 균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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