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기술 배우는 데만 5년…진한 땀은 '붉은 감빛'으로

"아이고, 우리 특산물을 알리는 일인데, 언제든지 오세요."

그는 수화기 너머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며칠 후 창원시 동읍 봉강마을로 발걸음 했다. 눈을 얼핏 돌려봐도 감나무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얕은 산비탈 자리는 온통 감나무 몫이다.

하지만 9월 말이라 감이 누렇게 익지는 않았다. 일주일에서 열흘은 더 있어야 그 빛이 물든다. 수확 철이 되면 한 20일간은 마을 전체가 시끌벅적할 참이다. 지금은 물 주는 일 정도만 하면 된다. 아직은 마을 전체가 고요하다.

농장에 들어서니 수화기 목소리 주인공 우인호(43) 씨가 나타났다. 막상 대면하니 조금은 쑥스러운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단감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은 학술적 용어도 입에 착착 달라붙어 나온다.

   

우 씨는 이곳 동읍 봉강마을이 고향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단감 재배 일을 거들었다.

"보리 심어서 먹고살던 땅이었습니다. 1980년대 들어 이 지역에 한창 단감이 들어서기 시작했죠. 옆 동네 진영에서 하던 것이 이쪽으로 옮아온 거죠. 저희 부모님들도 그때 단감에 눈 돌리셨고요. 야산도 개간해서 땅을 직접 일궜죠. 저도 어릴 때부터 일을 틈틈이 도왔습니다."

없던 단감나무를 막 심었으니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제대로 된 결실을 보는 데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렸다. 단감나무는 10년 이후부터 30년까지 좋은 열매를 내놓는다. 우 씨 부모님에게도 단감나무는 그때부터 살림살이에 효자 노릇을 했다.

"가격 차이가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그만큼 그때 가격이 좋았다는 거죠. 단감나무 한 그루로 자식 교육 다 시켰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에요."

우 씨가 본격적으로 단감에 손 댄 지는 13년가량 됐다. 애초 직장생활을 했다. 서른 가까이 돼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 일을 잇게 됐다.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직장생활을 7년 정도 했죠. 제가 7남매 가운데 막내인데, 부모님 곁에 있다 보니까 자연스레 단감 농사를 맡게 된 거죠. 자식 가운데 누군가는 부모님을 모시고, 또 이 일을 이어가야 하니까요. 농사도 경영이니 승계라고 할 수 있죠."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봤다고는 하지만, 직접 하는 것은 또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단감은 접붙이기, 가지치기 등 특히 기술재배를 필요로 한다. 교육프로그램이 있으면 쫓아다니고, 또 현장에서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5년 가까이 그렇게 하다 보니 단감 재배법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소득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직장생활 하면 한 달에 많아야 200만 원 정도 벌죠. 제가 지금 9000평(2만 9752㎡)에서 900그루를 키웁니다. 단감은 매출로 따지면 보통 평당 1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요. 기술적으로 잘하시는 분들은 2만 원까지도 되고요. 들어가는 비용이 30~50% 가까이 되니…. 60대 이런 분들이 그 나이에 어디 가서 그 정도 연봉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교육을 통해 새로운 것을 익힐 수 있지만, 어르신들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지요. 단감 농사가 소득이 좋다지만 그냥 밥만 먹고살 정도인 분들도 많아요."

창원그린작목회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윤한업(왼쪽) 회장과 우인호 총무. /김구연 기자 sajin@

우 씨는 한때 1만 5000평(4만 9586㎡)까지도 재배했다. 하지만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안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많이 하면 고소득을 올릴 것이로 생각했죠. 빽빽하게 심으면 나무끼리 부딪치고, 또 위로 뻗어 가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많이 한다고 해서 돈이 되는 게 아니라 관리와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에는 몰랐죠. 그냥 방치한 채 약만 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체에 가입해 귀를 좀 열어보자는 생각에 창원 그린작목회에 가입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죠."

현재 그는 창원 그린작목회 총무를 맡고 있다. 집에서도 형제 중 막내인 그는 그린작목회에서도 막내다. 가장 어리다 보니 총무 일도 자연스레 맡게 됐다. 19농가가 함께하는 창원 그린작목회는 공동선별·출하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농촌진흥청에서 하는 탑프루트 사업에 선정, 기술·재정 지원 등을 받고 있다. 창원 그린작목회는 각 농가가 개별 생산하지만, 공동운명체인 셈이기도 하다. 막내인 우 씨 역할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제 수확 철이 되면 일손 구하기 전쟁에 시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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