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서 동읍.북면으로 확산...완만한 산지 재배에 좋아

창원 단감은 전국 생산량의 17%를 차지하며 전국 최대 주산지에 이름 올리고 있다. 그 뒤를 김해 진영이 잇고 있다. 어느 특산물이 특정 지역에 자리 잡는 데에는 자연환경, 그리고 사회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다. 창원과 김해 진영에서 단감이 많이 나는 이유 역시 이 범주에서 접근해야 하겠다.

창원 단감 생산지는 동읍과 북면이다. 이 지역이 90% 가까이 차지한다. 김해에서는 진영읍이 중심이다. 이들 지역은 인접해 있다. 주남저수지를 끼고 있는 동읍을 중심으로 서쪽에 북면, 동쪽에 진영읍이 자리하고 있다.

단감은 추위에 약하다. 그래서 냉해를 많이 입는다. 한창 무르익을 때는 높은 온도여야 떫은맛이 제대로 없어진다. 이 때문에 입에 달라붙는 단감이 생산되려면 기온이 들어맞아야 한다. 연평균기온은 13도 이상, 단감 성숙기인 9월에는 21도, 10월에는 15도, 11월에는 9도 이상이어야 한다. 연 일조시간은 2300시간을 넘어야 하며 특히 휴면기간인 겨울에는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완만한 산지가 있으면 이 또한 좋은 재배 공간이 된다.

창원 동읍 단감 재배지. 완만한 산을 따라 단감 나무가 들어서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창원 동읍·북면, 김해 진영읍은 이러한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환경에서 중요한 것이 또 한가지 있다. 창원 사람들은 흔히들 '동·대·북'이라는 말을 한다. 동읍·대산면·북면을 하나로 줄여 말하는 것이다. '동·대·북' 중에서 대산면은 단감을 많이 내놓지 않는다. 위치상으로 동읍과 진영읍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대산면은 낙동강 변 모래 성분이 많은 땅, 즉 사질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단감은 땅 영향도 많이 받는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재배 적합지 기준을 우선 기온·땅으로 나눈다. 이를 다시 종합해 최종적인 적합지를 판단한다. 우리나라에서 단감과 가장 어울리는 땅·기후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창원 동읍·북면, 김해 진영읍이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개운한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사람 손을 어떻게 거쳤는지 옛 시간을 들춰봐야만 하겠다. 사람들은 어떤 작물이 어디에서 처음 재배됐는지에 많은 관심을 둔다. 단감 시배지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진영읍 신용리에는 단감 시배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이곳은 1927년 단감나무를 처음으로 식재한 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감나무 60여 그루가 재배되고 있는 우리나라 단감의 첫 재배지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야기로 덧붙는 것이 있다. 진영역장을 지내며 한국 여인과 결혼한 일본인이 식물학자들과 단감재배에 알맞은 지역을 연구했는데, 진영만 한 데가 없다며 신용리에 최초로 씨앗을 뿌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여 년 전 창원 대산면 빗돌배기마을, 북면 마산동에서 처음 재배했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창원시에서는 지난 2011년 자체적으로 이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그 근거를 내세우지는 못했다.

현재로서는 창원 동·대·북, 김해 진영 일대에서 처음 뿌리 내린 것 정도로만 정리할 수밖에 없겠다. 다만 어느 지역이든 간에 일본인 손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은 공통으로 따라붙는다.

   

1970~80년대에는 김해 진영이 단감 최대 생산지였다. 지금은 오래된 나무가 많아 예전 명성은 줄어들었다. 그 사이 창원에서는 1980년대부터 단감 재배 붐이 일었다. 벼·보리농사에서 특수작물에 눈 돌리던 창원 사람들이 진영장에 가보니 그 벌이가 꽤 좋아 보였던 듯하다. 그걸 보고서 동읍·북면 마을마다 한 사람씩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단감나무가 들어섰다고 한다.

오늘날 창원은 최다 생산량을 자랑한다. 그런데 '창원 단감'이라는 말은 그리 입에 차지게 달라붙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이 지역 사람들은 스스로 이렇게 분석하기도 한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창원 하면 우선 공단을 떠올립니다. 공단 있는 곳이니 아무래도 농산물에서는 좀 손해를 보는 편이죠. 단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진영 단감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은 듯합니다. 이 때문에 창원에서 농사를 짓고도 '진영 단감' 이름을 붙여 파는 이들도 간혹 있기도 해요."

한편으로 판매장소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 진영역 앞은 단감 주 판매지였다. 창원 동읍·북면에서 생산된 것도 모두 이곳으로 옮겨졌다. 그러면 열차 안에서도 '진영 단감'이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갔다. 창원으로서는 손해를 본 셈인 반면, 진영으로서는 타지 사람 많은 열차라는 수단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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