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농장 체험을 위해 찾은 곳은 거창읍 동변리 풍상농원이다. 농장주 표상권(57) 씨는 38년째 사과농사 중이다. 해발 250m 위치의 이 곳은 만생종인 후지가 주품종이고, 다음이 홍로다.

추석을 앞둔 탓에 농장은 선별작업에 바빴다. 새벽에 수확한 홍로가 20kg 들이 노란상자에 담겨 쌓여있고, 옆으로 그의 어머니와 부인이 '숙도'와 '크기'에 따라 사과를 선별했다. 표 씨는 선별한 사과를 상품상자에 담아 쌓고, 틈틈이 과수밭에 가 사과를 따다 날랐다.

선별할 사과를 수확하러 가는 그의 운반차(그림 맨위) 뒤 칸에 따라 올랐다. 운반차에는 플라스틱 노란상자들이 세 묶음 실려 있었는데, '묶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두 번째 그림과 같기 때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침없이 달리는 운반차는 많이 흔들렸다. 무서워서 양쪽 가장자리를 꽉 잡아야 했다. 과수밭에 도착해 상자를 내리고 5kg 들이 둥근바구니(그림 세 번째)를 받았다. 바구니 끈에 달린 s자형 고리를 사과나무 가지에 걸고 사과를 따는 것이다.

그림 첫번째(맨위)

사과를 따는 방법은 까다로웠다. 과실에 상처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꼭지가 달린 사과의 윗부분이 가지에 닿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술이 필요했다. 표 씨의 코치를 받아 엄지손가락을 사과와 가지 사이에 끼고 옆으로 돌리니 툭! 하며 분리되었다(그림 네 번째).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힘을 줄이고, 상처를 방지해주는 일석이조의 비법이다.

그림 두 번째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다. 사과의 달린 모양새가 제각각이어서 배운 방법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숙도와 색을 위해 과수 아래 깔아놓은 은색비닐에 반사된 햇볕은 뜨거웠다. 허리를 숙여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따는데 금세 땀이 났다. 그래도 열매가 큰 덕에 바구니는 곧 찼다. 여러 차례 바구니를 옮기고, 바구니에 담긴 사과를 노란상자에 옮겨 담았다. 20kg 용량이라고는 하나, 가득 채워선 안 된다. 차곡차곡 상자를 쌓아야하기 때문에 자칫 윗상자에 눌려 열매가 상하는 일이 생겨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과는 다시 선별을 위해 옮겨졌다. 쉴 틈이 없는 노동이다.

그림 세 번째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과를 따는 가위는 따로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일손이 바빠 손으로 직접 땄을 수도 있고, 38년 경력의 베테랑의 솜씨이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 대견스러웠던 점은 큰 폐 안 끼치고, 어느 정도 전문가 흉내를 냈다는 점이다. 

그림 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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