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나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국제라이온스협회 355-E지구 거창동부라이온스클럽에 경사가 생겼다. 면 단위 작은 클럽에서 복합지구 총재협의회 의장이 탄생한 것이다.

최순탁(58) 화성종합건설(주) 대표는 지난 6월 1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 국제라이온스협회 355복합지구 연차대회에서 총재협의회 의장으로 당선, 7월 1일 신임 의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8만 2000여 명이 활동하는 한국 라이온스는 354·355·356의 3개 복합지구로 구성돼 있다.

이중 최 대표가 의장을 맡은 355복합지구는 598개 클럽에 2만 700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355-E지구 등 7개 지구로 구분돼 지구·지역 클럽별로 왕성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공무원에서 중견 건설인으로

거창군 가조면에서 태어난 최 대표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임명받아 1979년 창녕군청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농사를 짓기 싫어 다른 일을 찾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뭘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창녕군청에 잠시 근무하다 거창군청으로 전입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으로 10여 년 일하다 보니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건설과는 민원·허가 등 건축주와 부딪힐 일이 많았죠.”

결국 공직 생활을 그만두고 나왔다. 소위 ‘몸으로 떼우는’ 일을 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 싶었다.

“제 전공이 노가다입니다. 이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 건설회사에 근무하던 최 대표는 1992년 자본금 2000만~3000만 원으로 전문건설 회사를 설립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각오였다. 화성건설은 그렇게 태어났다.

최순탁 국제라이온스협회 355복합지구 총재협의회 의장./이원정 기자

이제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갑’인 공무원이었지만, 이제는 ‘을’이 돼서 공무원을 찾아갔다고.

“예전에는 못 느꼈던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내가 공무원으로 겪어온 노하우가 있다 보니 양쪽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됐습니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니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는 절로 만들어졌습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했다. 성실히 발로 뛰며 합리적으로 일 처리 하는 것이 소문나자 수의계약을 많이 딸 수 있었다. 지역 내 크고 작은 건설 사업에 많이 참여했다.

처음 공사금액 2000만 원 내외의 소형공사 수주부터 시작해 지금은 도급 한도액 500억여 원에 이르는 견실한 지역 중견 기업가로 자리 잡았다.

최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일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여러 고비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IMF 외환위기 때는 직원 절반가량을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성실한 자세를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위기를 이겨냈다.

최 대표는 현재 종합건설회사와 전문건설회사 등 3개 법인을 운영 중이며, 자본금은 30억 원에 이른다.

그동안 화성종합건설은 마리면 정주권 개발 사업, 금원산 자연휴양림 진입도로 확·포장 공사, 가조농협 종합회관 신축공사, 거창도립전문대학 신축(증축) 공사, 대동지구 하수관거 설치공사, 거창사건 희생자 합동위령 사업, 거창 일반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 설치공사, 거창읍 동변 클린에코마을 조성사업 등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사업 권역을 확대, 대구 서변초등학교 교사 신축공사, 진주시 화장장 및 납골당 건립 공사,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한국인희생자 전시관 건립 공사, 남해스포츠파크 녹지대 조성사업, 진영(부산 방향) 휴게소 조경 공사, 밀양사포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조성 공사, 합천댐 상류 하수도시설 확충 공사 등에 참여하는 등 거창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최순탁 국제라이온스협회 355복합지구 총재협의회 의장./이원정 기자

이웃돕기, 할수록 빠져들어

최 대표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봉사’를 빼놓을 수 없다.

“어릴 때는 보이스카우트로 활동했고, 20대에는 청년회의소에서 봉사했습니다. 40대 이후에는 라이온스 클럽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스스로를 “감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단지 이웃과 나누고 싶었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희망을 주고 싶었다.

사업 초기 각종 단체에 참여하는 것이 일 하는데 도움 되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웃을 도우면 도울수록 점점 빠져들었고 봉사는 생활이 됐다. 그렇게 한해 두해 쌓아온 봉사활동과 인맥은 최 대표에게 수많은 직함을 붙여줬다.

최순탁 국제라이온스협회 355복합지구 총재협의회 의장./이원정 기자

연간 봉사·나눔에 기부하는 금액이 얼마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한 푼도 안 쓴다”고 말했다.(이건 거짓말이다)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시간과 재능을 조금씩만 나누어도 사회는 훨씬 따뜻해집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봉사단체 문을 두드리세요. 이웃도 돕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 대표를 이번 인터뷰에 추천한 거창동부라이온스클럽 한 회원은 “이웃을 위해 최 대표가 기부하는 금액이 상당하다. 다른 사람은 엄두도 못낼 일”이라며 “주위에서 등을 떼밀어 맡은 직함도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 대표는 거창사건 유족회에서 특별법 개정을 위해 국회·정당·정부를 방문하고 타 지역에 있는 유족들과 교류하기 위해 출장을 갈 때 어려운 재정으로 차량 임대료 부담이 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바람에 힘이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12인승 승합차를 기증했다. 지체장애가 심한 청년이 컴퓨터를 갖고 싶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컴퓨터를 기증하기도 했다. 또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로 ‘소망회’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소년소녀 가장과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과 자매결연해 경제적인 도움과 함께 직접 방문해 희망을 주는 일도 한다.

최순탁 국제라이온스협회 355복합지구 총재협의회 의장./이원정 기자

이 외에도 여러 단체를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최 대표가 받은 표창장과 감사패는 100개도 넘는다. 경남도지사 표창, 행자부·법무부 장관 표창에다 성실 납세로 국세청 표창까지 받았다.

최 대표는 요즘 “건강 관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했다.

“총재나 의장은 직접 봉사활동도 해야 하지만, 다른 회원들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입니다. 요즘은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 저녁에 지역 모임이나 라이온스클럽 행사를 한 후 집에 오면 한밤중입니다. 다른 지역 출장이 많다 보니 집에 일찍 와도 밤 9시 30분이 넘어요. 술은 마시지 않습니다. 주량이 소주 반병가량입니다. 만일 내가 술을 잘 마시고 노래를 잘했으면 지금보다 사업이 훨씬 커졌을 겁니다. 하하.”

아무래도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최 대표의 건강 비결인 듯했다. 평소에는 아침에 일어나 30분가량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를 하며 체력을 다진다고 한다.

   

빵점 가장, 바지 찢어지다

‘이웃 봉사가 생활’이라는 최 대표지만 정작 ‘가족 봉사’는 하지 못했다. 스스로 ‘0점 가장’이라고 밝힐 정도이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가정보다 회사와 지역 사회에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가정을 돌볼 시간이 없었죠. 그런 점에서 아내(김은자·56)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0점짜리 가장 몫까지 시부모 모시고 애들 키워왔으니까요.”

5년 전 일이다. 최 대표는 이제까지 두 아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큰아들 결혼을 앞두고 그 점이 후회됐다.

“결혼식 날짜를 받아놓으니 많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경주에 가자고 애들을 불렀습니다. 평생 처음이었죠. 경주에 가서 1박을 하고 올 참이었습니다. 그때가 여름이었습니다. 숙소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갔습니다. 그런데 첫날 구경하러 가다가 바지 엉덩이 부분이 쫙 찢어져 팬티가 완전히 드러났죠. 어쩝니까. 애들한테 너희끼리 석굴암 구경하고 오라고 하곤 아내와 둘이 아래 식당에서 기다렸습니다. 윗옷을 허리에 둘러 응급처리만 하고요. 그리곤 애들과 함께 다시 대구에 가서 백화점에서 바지를 사 입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 봉사를 위해 경주에 갔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가족 여행은 결국 실패했죠.”

그나마 부부동반으로 라이온스클럽 행사 등에 참석하는 것이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의 전부이다.

최 대표는 결혼을 빨리한 편이다. 벌써 손자가 4명이나 된다. 큰아들 정동(35) 씨는 캐나다의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데, 8월 국내 대학으로 올 예정이다. 둘째 선동(32) 씨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1년 전 거창으로 와서 최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다.

“아버지가 저를 많이 늦게 낳으셨어요. 56세 때 낳으셨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아버지 연세가 70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장가를 빨리 보내 대를 이으려고 저를 대학에 안 보내려고 했습니다.”

고교 졸업 후 2년가량 농사를 지었다. 집에 땅이 몇 마지기 있었다. 그런데 온 가족이 매달려 농사를 지어도 공무원 한 사람 월급만 못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도망쳐서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 시절 어머니가 위암 말기로 판정이 났습니다. 그래서 23살에 학교 후배와 중매 반 연애 반으로 결혼하고 두 달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94세까지 사셨습니다. 아내가 홀로 된 시아버지를 10여 년 모시느라 고생했죠. 저는 애를 키운 기억도 거의 없습니다. 일한 기억밖에 없어요. 아내가 ‘내조의 여왕’입니다.”

푸근한 인상이지만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호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최 대표. 하지만 뒤늦게 아들·며느리와 여행이라도 하고 싶어도 바쁜 생활에 피해를 줄까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겁 많은 아버지’이다.

면 단위 클럽에서 총재협의회 의장 배출

국제라이온스협회는 시카고 출신 사업가 멜빈 존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사업가들의 사교모임인 비즈니스 서클 회원이었던 존스는 클럽이 경제적 이익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 나아가 세계 인류 발전을 위해 봉사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같은 뜻을 가진 27개 단체 대표와 1917년 미국 시카고에서 첫 회합을 하고 라이온스클럽협회(The Association of Lions Clubs)라는 명칭을 정했으며, 세계 최대 봉사단체로 성장할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1959년 2월 각계인사 19명이 모여 ‘서울라이온스클럽’을 창립한 것이 시작이다.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은 매년 무의촌 무료 백내장 수술을 비롯해 고아원·양로원 지원 사업, 시각장애인 구호사업, 장학사업, 자연 재해 발생 시 구호활동 등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국제라이온스협회 복합지구가 3개(354, 355, 356복합지구) 있다. 그중 355복합지구는 355-A(부산) 지구, 355-B1(광주) 지구, 355-B2(전남서부) 지구, 355-B3(전남동부) 지구, 355-C(경남중부) 지구, 355-D(울산) 지구, 355-E(경남서부) 지구로 구성된다.

지역 각 클럽에는 회장이 있고, 각 지구에는 총재가 있다. 총 7명의 총재가 있는 355지구의 총재협의회 의장을 최 대표가 맡은 것이다. 임기는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이다.

최 대표는 의장의 역할에 대해 “부산 같은 큰 지구는 클럽 회장만 100명이 넘습니다. 의장은 이들 회장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주는 역할입니다. 또 국제본부에 기금을 전달하고 신청하는 등 중재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제 많이 발전했습니다. 기금을 많이 받아오기보다는 지구촌 어려운 국가에 지원이 많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회원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를 합니다. 라이온스클럽은 재작년까지는 백내장 등 눈을 뜨게 하는 수술을 많이 해줬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체계도 잘 돼 있어 내년부터는 청소년과 약물 중독, 학교 폭력 등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최 대표가 속한 355-E지구는 남해·하동·사천·진주·거창·함양·합천·산청 등 서북부 경남 지역이 해당한다. 그중 ‘거창동부라이온스’는 2개 면(가조면·가북면) 지역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면 단위 클럽은 드뭅니다. 회원은 50명가량으로 전문직이나 공무원 출신이 많습니다. 비록 작은 면 단위 클럽이라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우리 클럽에서 도지사, 군수, 군의원, 도의원 등이 나왔습니다. 총재도 2명이나 나오고 이번에 의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좋은 인재가 많이 모였다는 것이 클럽의 자긍심입니다.”

‘성공한 기업인’보다는 ‘거창 토박이’로 불리기를 원하는 최 대표는 “도덕성을 바탕으로 가진 자가 사회적 책무를 다할 때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성실과 겸손으로 사업도 봉사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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