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회 - 뼈째 먹는 '세꼬시'

전어회는 써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흔히 뼈째 썬 것을 '세꼬시'라 말하고 뼈를 발라내고 살을 길게 썬 것을 '포를 뜬다'고 말한다.

전어회는 머리와 내장, 비늘을 제거하고 껍질째 먹는다. 알려지길 전어회는 지방이 많아 고소하다 하지만, 그 맛을 돋우는 데 전어 껍질의 역할도 적지 않다. '세꼬시' 방법도 다양한데, 칼을 수직으로 내려 작고 반듯하게 썬 것과, 무국에 무를 썰어 넣듯이 비스듬히 썬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씨알이 작은 전어를 통째 네다섯 등분으로 잘라 칼집을 내 먹는 것도 괜찮다. '전어회 맛은 된장맛'이란 말이 있다. 고추장을 좀 섞어도 괜찮고, 거기에 잘게 썬 마늘과 고추를 섞어 먹으면 유달리 쌈장 사랑이 깊은 경상도 지방 전어회가 된다. 갓 내린 참기름까지 얹어 먹으면 일품이다. 이미 전어회 자체로 고소한데 그럴 것까지 있느냐 따져 물을 수도 있지만, 깻잎에 올린 전어회에 된장, 마늘, 고추를 얹어 먹는 맛은 간섭을 불허한다. 지방이 많고 뼈와 껍질까지 함께 먹는 전어는 간혹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전어회를 먹고 속이 더부룩하다든가, 체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때문에 가정에선 매실을 챙긴다. 된장이나 초장에 매실 진액을 섞어 먹으면 한결 편안하다. 진액을 내고 남은 매실 껍질을 쌈 채소와 함께 먹어도 아주 괜찮다. 초여름 전어회를 먹을 때 생매실을 잘게 썰어 먹는 것도 잘 어울린다. 횟집에선 경험하기 힘든 호사다.

전어 회 /김구연 기자

남은 전어회는 버리지 말고 냉동보관 했다 초고추장과 함께 회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다. 그러니까 전어회는 가정에서 먹으면 더 풍성해지는 음식이다. 텃밭이나 베란다에서 기른 야채와 함께라면 여름 보양식이 따로 없다. 가난하고 부지런한 가장이라면 지금 시장에 가 전어를 썰어올 일이다.

집 나가려던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구이 - 머리부터 꼬리까지 고소한 그 맛

나이 드신 분들께 전어를 물어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가 '대야'의 일본어 표현인 '다라이'다.

가을 횟감으로 인기를 얻기 전, 전어는 '다라이'에 담겨 시장에서 골목에서 구이 재료로 팔렸다. 가난한 밥상에 한철 썩 괜찮은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전어 요리의 시작은 '구이'란 말이다.

전어 구이 /김구연 기자

가을 전어의 명성을 전국적으로 알린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도 구이에서 비롯한 것이니 전어는 구워 먹어야 제 맛이다. 그런데, 횟집에서 구이만 주문하기엔 머쓱하다. 최소 1만 원부터 주문하는데, 함께 나오는 차림상에 민망하기도 하고, 더 먹기에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구워 먹는 일도 쉽지 않다. 전어 굽는 냄새는 맛보다 구수해서 풍미를 더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꽉 막힌 주방에선 불청객이다. 온 집안에 며칠씩 그 냄새가 남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어구이는 회나 무침에 곁들인 메뉴로 오른다.

마산 어시장에서 전어회와 함께 구이를 주문했다. 1만 원에 여섯 마리가 나왔다. 길이는 어른 손바닥에 약간 못 미치고 두껍지도 않다. 구이용 전어는 추석 지나 제대로 살이 오른 흔히 '떡전어'를 구워야 제 맛이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어구이의 추억을 가진 분들이라면 고만고만한 전어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제대로 맛보기에 이 정도가 제격이다.

큰 전어는 오히려 전어구이 본래의 장점을 해친다. 양 손에 들고 중간을 꺾어 한 잎에 넣기엔 크기도 크고, 뼈나 머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잘 구워진 전어의 잔뼈는 지방과 어울려 고소함을 더하는데, 잔 전어를 싸게 많이 사서 마구 먹어야 한다. 오늘 나온 전어는 전기 오븐에 구웠다. 적당히 껍질이 탄 것이 맛있다. 닭 껍질이 맛난 이유와 같다.

기실 전어는 연탄불에 구워야 제 맛인데, 요즘엔 찾기 힘들다. 현대화한 삼천포 어시장 옆 포장마차 골목에서 간혹 연탄불에 구워 주기도 하는데, 찾아다닐 만한 맛이다.

싱싱한 채소 곁들여 밥도둑으로!!

전어 무침 - 느끼함은 빼고 고소함은 살려 '매콤새콤'

전어축제가 열리는 곳이라면 전어무침이 빠지지 않는다. 싱싱한 채소와 함께 버무린 전어를 관광객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장면은 익숙하다. 조리법도 익숙하고 너무 흔해서 특색이 있겠냐 싶겠지만, 무침도 썩 괜찮다.

사실 무침이야말로 지역색이 그대로 배어 있다. 싱싱한 채소가 없으면 불가능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난 채소로 만들 수밖에 없는 전어무침은 밥과 함께 먹기에 제격이다.

전어 무침 /권범철 기자

전남 광양만 망덕포구에서 전어무침을 주문했더니 백합조개국과 함께 나왔다. 여기서도 깻잎 사랑은 여전한데, 특이한 점은 쌈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강 건너 하동과 마주하고 있어도 전라도는 전라도인 것이 고구마 줄기, 도라지 등 나물이 네 가지나 나왔다. 밥과 함께 주문하면 김 가루에 참기름을 두른 대접을 준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란 제안이다. 단단하게 여문 무, 잔파, 양파, 양배추에 양념을 두르고 깨소금을 듬뿍 뿌렸다. 따뜻한 밥과 비벼 먹으면 채소의 수분을 밥이 흡수해 차진 맛이 괜찮다. 미나리가 주를 이룬 경상도 지역과 차이가 있다. 단맛보다는 매운맛이 강한데, 먹고 나오면 혀 안쪽이 깔끔하다. 조미료가 없거나 적다는 뜻이다.

사천시 삼천포항 어시장 뒤편 한정식 집에 가면 색다른 전어무침을 만날 수 있다. 각종 해산물로 한상 차려지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전어무침이 빠질 수 없다. 특이한 점은 방풍나물과 함께 나온다는 점이다. 풍을 막아 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것에 전어무침을 싸서 먹으면 색다른 맛이 있다. 맵고 고소한 기본에 쌉싸래한 맛을 더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기름진 전어는 자체로 장점이지만, 느끼함을 차마 무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전어무침은 고소함은 더하고 느끼함은 빼주는 음식이다. 썰어준 전어를 사서 가까이서 싸게 구할 수 있는 채소 몇 가지와 무쳐 먹으면 한 끼 밥 반찬으로 훌륭하다. 밥만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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