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에서부터 하동, 남해, 사천 서포·삼천포를 거쳐 마산, 진해에 각각 발 도장을 찍었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전어에 대해 물으면 귀찮은 내색 없이 척척 설명해 주었다. 아, "회무침에 어떤 양념이 들어갑니까"라는 질문을 하자 경계하는 눈빛으로 "지금 바빠요"라고 했던 어느 횟집 주인만 빼고….

저마다 자기 고장 전어 자랑이 대단했다. 단지 그것에 그치지는 않았다. 미묘한 신경전도 담겨있었다.

내 것을 내세우기 위해 안 그런척하면서 슬쩍슬쩍 남의 것을 깎아내렸다.

광양에서 만난 어느 아저씨다.

"○○ 바다에서 잡은 건 먹지도 못해, 냄새가 나서. 전어는 '뻘'에서 사는데 물 더러운 곳 플랑크톤을 먹으니 냄새가 날 수밖에 없지."

새벽 바다를 누비는 전어잡이 배.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자기 지역 이름이 덜 알려진 것에 대해 이렇게 분석하는 이도 있었다.

"전어 원조 격에 가까운 데가 우리 마을이야. 200년 전에도 잡고 그랬으니까. 다른 데는 우리 손자뻘도 안돼. 전어 잡은 지 10년도 안 됐으면서 축제하는 곳을 보면 우습지. 사실 여기 사람들이 좀 단결이 안 돼. 그래서 TV 같은데 알리고 홍보하는 게 부족해서 덜 알려진 거야."

같은 지역 내 온도 차도 있었다.

"전어는 우리 마을에서 많이 나는데, 축제는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서 하고 있으니…."

마산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그 자부심이 넘쳐흘렀다.

"마산에서 축제 시작한 덕에 전어가 전국적으로 인기 있게 됐지. 다른 곳에서는 마산한테 고마워해야지."

하동에서 만난 아저씨는 모처럼 다른 지역 것을 칭찬했다.

"구이는 광양이 맛있어."

이어질 말로 '회는 하동이 맛있어'가 나올 줄 예상했다. 하지만 이 아저씨, 완전히 허를 찔렀다.

"하동은 구이·회 둘 다 맛있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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