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제철 이유식으로 아이들 몸·마음 잡을 겁니다"

“슬로시티인 하동에서 슬로푸드인 죽을 단계별 제철 이유식으로 만들어 공급하고 대한민국 모든 아이의 외갓집이 되고 싶습니다.”

하동군 악양면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오천호(32) 대표의 포부다.

오 대표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지향점, 앞으로의 계획이 모두 이 말에 녹아 있다.

오 대표는 정직한 제철 먹거리로 눈속임 없는 이유식을 만들어 미래 세대인 영유아에게 자연의 건강함과 꿈을 선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천호 하동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대표./이원정 기자

천연화장품→ 죽→ 이유식

오개닉(organic·고유의, 본질적인이란 뜻으로 주로 유기농 등을 말함) 등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오 대표는 천연화장품 만드는 일을 하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죽집을 개업하게 됐다.

“유기농 대회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 항상 유기농·산사 요리 전문점에 데려가는 겁니다. 그런데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데, 유기농 음식을 먹으면 몸이 좋아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자연히 먹거리에 관심이 생겼죠. 원래 나이가 40이 되면 돈을 벌어서 귀농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뭔가 지역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 싶어 죽집을 개업하게 됐습니다.”

2011년 1월 ‘반기다’라는 상호로 죽집을 열었다.

“‘반기다’는 밥 반(飯)에 기운 기(氣), 차 다(茶)를 써서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리고 차로 마무리하는 하동 식문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동 지역 농산물로 죽을 만들었습니다. 슬로시티와 슬로푸드를 자연스럽게 홍보했습니다.”

‘반기다’의 약선죽은 제법 인기를 끌어 연예인들도 고객이 됐다. 하지만 계산적으로 영업하지 않고 좋은 먹거리 보급에만 신경 쓰다 보니 버는 만큼 지출도 많이 됐다.

오천호 하동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대표./이원정 기자

“월세에 부과세가 붙는 거 보셨습니까. 지출이 너무 많았습니다. 천연화장품 판매도 겸업하고 있었는데 돈을 버는 족족 죽집에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은 한순간에 왔다. 오 대표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 한 고객에 와서 “간을 하지 않고 죽을 만들어 포장해 달라”고 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 고객은 “이유식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순간 머릿속이 번쩍했다. 그랬다. 미음이나 죽에서 소금간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단계별 이유식이 됐다. 그것도 제철 좋은 식재료로 만들면 최고의 이유식이 되지 않겠는가.

곧 시장 조사를 했다.

“당시 이유식 배달업은 드물었습니다. 이유식에 올인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리고 슬로시티와 연계해 스토리텔링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동에는 청학동이라는 교육기관, 화개장터, 그리고 지리산이 있습니다. 이들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이 안 됩니다. 이곳에 공장을 지어 이유식을 생산하면 대기업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연, 그리고 할머니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이유식’이라고 방침을 정했지만, 막상 일을 벌이고 나니 막막했다.

“농업기술센터에 가서도 쉽게 답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네 할머니들에게 주목하게 됐죠. 할머니들이 뭐를 심고 뭐를 캐고 어떤 모종을 사오는지 보니까 그것이 바로 ‘제철’이었습니다. 이분들과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은 지난해 9월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돼 할머니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갖다보니 할머니들이 잘 챙겨주시더군요. 어느 날에는 문 앞에 참앵두가 있고 어느 날에는 산나물이 놓여 있었습니다. 누가 두고 가신지도 몰라요. 참 고마운 할머니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채용입니다. 할머니들은 자신이 상품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팔려서 돈이 된다는 것에서 감동하는 것을 넘어 존재 가치를 느끼셨습니다. 소비자들도 할머니들이 만드는 상품이다 보니 조금 실수가 생겨도 클레임을 걸기보다는 이해해 주시더군요.”

오 대표는 자연에서 최고의 가치를 찾고 있다.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의 최고 마케팅 직원은 바로 자연. 지역 농산물과 할머니들이 함께 상생하는 기업이 바로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이다.

할머니들에게 농사 노하우도 배우고 있다. 오 대표가 온종일 매달려도 진척 없었던 텃밭 만들기가 할머니들의 2시간 조언으로 깨끗이 해결됐다.

오천호 하동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대표./이원정 기자

이유식에 대해 잘 몰랐던 ‘총각’ 오 대표는 이유식 관련 책을 모두 섭렵했다. 선재 스님 강의를 듣고 자문도 구했다. 그리고는 당시 돌이 채 되지 않은 조카에게 이것저것 먹여 보고 자신이 직접 맛을 보기도 했다.

“이젠 완전 유아 입맛이 돼 버렸습니다. 먹어 보기만 하면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아니다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책하고 실제는 차이가 큽니다. 머리에서의 노하우가 아니라 눈과 입의 노하우가 쌓였습니다.”

이유식은 단계에 따라서 재료는 물론 크기 등이 다르다. 이유식은 각종 채소와 감잎, 보리, 버섯, 다시마 등을 우려낸 채소 국물을 기본으로 만든다.

6개월가량에 먹이는 초기 이유식은 쌀을 갈아서 쉽게 먹을 수 있는 1가지 재료를 섞어 미음을 만들고, 7~9개월용 중기는 브로콜리에 쇠고기를 섞는 등 2가지를 섞어 묽은 죽을 만든다. 9~11개월 후기는 닭가슴살에 양송이 등 3가지가량을 섞은 죽, 12개월 이상 완료기는 흰살생선 모둠 진밥 등 진밥 종류를 만든다. 모두 간을 하지 않지만, 가정에서 직접 간을 할 수 있도록 함초가루에 콩가루 섞은 것을 택배에 같이 보낸다.

현재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에서는 이유 초기·중기·후기·완료기·아가 반찬·아가 국으로 모두 6종류 230여 가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아직 미혼이라 아이가 없는 점이 불리할 수도 있지만 도리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저는 아기를 보면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에 관심이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먹는지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지난해 7월 판매를 시작, 현재 200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월 구입 고객은 400명가량이다. 하루 구매 고객은 100명가량으로 택배를 100상자 정도 발송한다. 한 번에 9병을 주문하는 고객이 많다.

지난해 매출 1억 원. 올해 2월부터 급성장, 올해 매출은 3억~4억 원을 예상한다.

“지금은 악양 우체국의 제일 큰 고객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대량 택배 계약을 하려 했을 때는 우체국에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시골에서 얼마나 많이 판매하겠느냐는 거였죠. 지금은 하루 100개 정도 발송하니 우체국장이 직접 옵니다.”

평일 오전 9시까지 들어온 주문은 당일 생산 당일 발송하고 있으며, 신선도 유지를 위해 토요일은 택배 발송을 하지 않는다. 일요일은 배송이 안 되기 때문이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제품사진.

철저히 주문 생산을 하기 때문에 재고가 있을 수가 없다.

신선도 유지를 위한 시설로 오 대표가 자랑하는 것이 바로 급속냉동실, 그리고 냉동실과 연결된 냉장실이다.

“다른 이유식 업체를 보니 병을 물로 식히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급속 냉동실을 이용해 온도를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냉동실과 냉장실을 연결했습니다. 냉동실 안에서 문을 열어 냉장실로 제품을 옮기기 때문에 제품이 만들어지면 포장할 때까지 실온에 노출될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이유식을 만드는 가공실은 세스코 존을 도입해 위생을 철저히 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15일로 허가받았지만 오 대표는 부모들에게 되도록 구입한 제품을 빨리 먹이도록 권한다.

“이유식을 냉동실에 얼려놓고 오래도록 먹이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런데 어른들도 냉장 식품을 냉동시켰다가 해동해 먹으면 맛이 떨어지잖아요. 부모 편하자고 아이들에게 맛없는 것을 먹일 수는 없죠. 그래서 한꺼번에 많이 구매하기보다는 당장 2~3일 먹일 수 있는 양만 구매하도록 권합니다.”

한 살 식습관 여든까지

“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아이에게 체계적으로 이유식을 만들어주기 어려운 가정이 많습니다. 또 엄마가 좋아하는 재료 위주로 이유식을 만드는 한계도 있습니다. 유기농·친환경도 중요하지만 어릴 때 다양한 맛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식재료 경험이 편식을 예방하는 식습관이 됩니다. 또 어릴 때의 다양한 식재료가 건강한 신체를 구축하는 기초가 됩니다.”

오 대표만 해도 어촌에서 나는 것은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릴 때 먹은 경험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이유식에는 채소는 물론 멸치 등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오 대표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좋은 식재료와 신뢰성이다.

“이유식의 90%가 되는 주원료가 바로 쌀입니다. 그래서 최고의 쌀을 찾으려고 노력해 선택한 것이 바로 오메가3이 검출된 홍순영 씨의 쌀입니다. 또 하동의 솔잎한우를 사용합니다. 이 쌀과 고기는 일반 제품보다 훨씬 비싸지만, 좋은 걸 알면서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먹을 거잖아요. 홈페이지를 통해 재료 실명제를 시행,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믿고 먹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부모들에게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이유식을 만드는 것을 직접 견학하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업체 소식 하나하나를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린다.

“회식하거나 텃밭 가꾸기 등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립니다. 지난 4월 17일은 법인 설립 1주년이었습니다. 회식을 할까 하다가 직원 10명에게 적금 통장을 만들어 선물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모두 사진 찍어 소비자들에게 전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왔을 때는 그 소식도 SNS에 띄웠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은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나온다. 해발 450~500m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폭설에 길이 막혀 이유식을 발송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사과 공지를 띄웠지만 평소 신뢰 관계를 형성해 온 고객들은 도리어 “괜찮다”며 격려했고, 청정 지역에서 생산하는 이유식에 도리어 믿음을 더 가지게 됐다고 한다.

오 대표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다음날 이유식을 발송할 때 곶감을 몇 개씩 넣어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업체와 고객은 ‘정’으로 연결돼 있다.

“거짓말을 할 수 없어요. 직원들이 모두 보고 있잖아요. 직원을 뽑을 때도 자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뽑습니다. 일과 생활이 따로 분리되면 안 됩니다.”

사라져가는 외갓집을 꿈꾸며

“요즘 아이들은 흙에서 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피부를 전공했는데, 양한방에서 모두 고치지 못하는 병이 바로 아토피입니다. 그런데 자연과 친해지면 고쳐지더라고요. ‘아’이들이 ‘흙(토)’에서 멀어지면 ‘피’부에 생기는 병이 아토피입니다. 사람이 의사가 아니라 자연이 의사입니다. 그래서 제일 청정한 지역인 지리산 이곳에 아토피 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과 부모가 머물며 아이 엄마는 이곳에서 일해도 되겠죠. 그러면 이유식을 만드는 것을 직접 보고 경험한 아이 엄마는 제품 신뢰성이 자연히 생기는 거죠.”

오 대표는 더 나아가 ‘태교 여행’을 꿈꾸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 교육을 통해 건강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천혜의 환경을 가진 하동군의 지역 관광과 연계한다면 지역민이 같이 잘살게 될 겁니다. 결국 피부와 죽과 이유식이 모두 연계선상이 있더군요. 에코맘은 아토피랜드의 전초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오 대표는 도시 아이들에게 ‘외갓집’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공장 바로 옆에 텃밭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부모가 이곳을 방문하면 언제든지 제철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감자·가지·고추·상추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농작물과 지역에서 구입한 제철 재료로 이유식을 만든다.

“사업마다 위기가 있었지만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았습니다. 힘든 점요? 매일 아침 마인드컨트롤을 합니다. 그리고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사를 지으면 육체적으로 힘들다가 아니라 당연하다,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등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죠. 힘들지는 않은데 목표치까지 시간이 좀 걸릴 뿐입니다.”

오 대표는 현재 모바일 쇼핑몰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저희 주고객은 25~35세 주부들입니다. 그분들은 100%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생활화돼 있어요.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에코맘의 산골이유식’과 놀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주문받고 있는데, 컴퓨터를 켜고 접속해서 로그인하고 주문하려면 아기들이 방해합니다. 아기 엄마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모바일 쇼핑몰이 만들어지면 한 손으로는 아기를 재우면서 다른 손으로 쉽게 구매가 가능합니다. 또 모바일 쇼핑몰에서는 구매하면 배송 단계별로 자동으로 문자 메시지가 가도록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고객이 일일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배송조회를 할 필요가 없으니 편리하죠. 이미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갔습니다.”

제품 문의 055-884-2625, www.ecomommeal.co.kr.

<추천이유>

◇정인화 하동군농업기술센터 천부농만부촌 담당 = 에코맘 산골이유식 농업회사법인 오천호 대표는 하동의 우수하고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이용, 이유식을 생산해 농가 소득을 창출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적극 힘쓰고 있습니다. 2012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지역주민들과의 융합을 통해 소외계층에게 사회적 이익금을 환원하는 등 지역발전과 농업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CE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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