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달이고 3~4일 말리는 것 예삿일, 날 것도 좋지만 백숙·막걸리도 일품

"심 봤다!"

복권 당첨 소식이 아니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마주쳐 외치는 소리도 아니다. 말로만 듣던 진짜 '산삼'이다.

유명 사극에서나 들어봤을 혹은 효성 깊은 자식이 부모 병을 고치고자 맨발로 온 산을 헤매다 뱉었을 듯한 가슴 찡한 말. 그만큼 산삼은 접하기 어렵다. 심지어 구분조차 쉽지 않다. 산삼 대신 산 도라지를 잔뜩 캐고선 남몰래 기뻐했다는 우스갯소리가 퍼져 있을 정도로. 일각에서는 100% 자연산 산삼이 있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게 있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비의 명약, 산삼이 품은 효능은 오래전부터 익히 알려져 왔다.

물론 여전히 자연삼은 보기 어렵다. 하긴 새가 삼 씨를 먹고 배출한 배설물이 산에서 오롯이 잘 자라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렇다고 마냥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 손을 거쳤다 하지만 산삼만큼 귀하게 자란 '함양 산양삼'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삼 효능을 고스란히 품어 날로 찾는 이가 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샘솟는 산양삼. 하지만 산양삼의 진짜 묘미는 먹을 때 있다.

5년 이상 된 산양삼 뿌리를 넣어 만든 함양 산양삼 백숙. 여름철 기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최고의 보양식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산양삼은 생으로 먹는 게 가장 좋다고 알려졌다. 이에 캔 자리에서 흙만 털어 먹거나, 잘 씻은 다음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아침 공복 시에 먹으면 효과가 좋다. 오랫동안 향을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먹는 습관도 필요하다. 대개 10분 정도 씹다 삼키는 것이 좋다. 대신 입 안 가득 퍼지는 쓴맛은 감수해야 한다. 쓴맛이 너무 강하다 싶으면 꿀에 찍어 먹어도 된다. 양은 하루에 한 번 한 뿌리씩 꾸준히 섭취해야 올바른 효능을 볼 수 있다. 산양삼 뿌리와 잎, 줄기는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줄기와 잎은 말려 두었다가 가루 내어 차로 먹기도 한다. 특히 완전히 마른 잎은 한두 잎만 넣어도 진한 향을 느낄 수 있어 녹차를 대신하기도 한다. 줄기는 꿀에 재웠다가 산양삼 줄기차로 먹거나 고추장을 만들 때 함께 넣는다.

산양삼은 달여 먹어도 좋다. 삼을 올바르게 달이려면 약탕기에 산양삼 한 뿌리와 물 1L, 기호에 따라 대추 등을 함께 넣고 중불에서 물이 절반 정도 남을 때까지 달여야 한다. 이후 먹기 알맞은 만큼 식히고 약 4~5번에 걸쳐 나눠 먹는 일도 필수다. 혹자는 '산에서 나는 귀한 약재일수록 금속성분과 맞지 않다'며 '산양삼을 달일 때는 반드시 약탕기나 유리용기를 이용하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산양삼 열매.

산양삼은 열매도 먹는다. 열매는 6월 중순에 따서 진액으로 만들거나, 30분 이상 찐 열매를 3~4일 바짝 말리고서 냉동보관한 후 틈틈이 꺼내 먹는다.

산양삼 '뇌두'와 관련해선 여전히 이런저런 말이 많다. 이에 '봄·여름 뇌두는 먹어도 상관없지만 말린 산양삼 뇌두를 먹으면 구토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함양 사람 대부분은 '먹어도 무방하다'는 반응이다. 대신 생으로 먹기보단 달여 먹는 것을 권한다.

오래 씹고 2시간 이상 달이고 3~4일을 말리고. 산양삼을 먹고자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다. 그렇다고 성급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산에서 꼬박 7년을 자라 내 몸을 찾는 만큼 한 뿌리 한 뿌리 자연을 맛보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먹는 방법일 테다.

제 몸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산양삼이지만 다른 재료 어울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산양삼을 활용한 음식으로는 백숙, 비빔밥, 김치, 새싹 부침개, 갈비찜, 냉면, 해장국 등이 있다. 대개 산양삼을 갈아 넣거나 육수를 우려낼 때 산양삼을 함께 넣는 식으로 만드는 요리들이다. 이 중에서도 산양삼 백숙은 단연 돋보인다.

산양삼 잎을 곁들인 백숙.

산양삼 백숙은 먹기 좋게 손질한 토종닭에 마늘과 산삼진액, 5년 이상 된 산양삼 두 뿌리를 함께 넣고 압력솥에서 30분 이상 삶은 음식을 말한다. 산양삼이 들어간다는 것 외에 일반 백숙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향부터가 다르다. 산양삼과 헛개를 섞어 만든 진액이 스며든 닭은 비린내가 전혀 없다. 육질은 쫀득하고 기름기는 덜하다. 퍽퍽하기 쉬운 가슴살에도 부드러움이 감돈다. 여기에 산양삼 잎으로 싸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지는 잎은 느끼함을 잡아주고 아삭함을 더해준다. 산양삼을 갈아 넣어 만든 막걸리도 백숙과 찰떡궁합이다. 걸쭉하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더불어 잘게 갈린 산양삼 잎은 시각적 효과까지 살려준다. 식탁은 산양삼 백숙과 잘 익은 김치, 여린 고추, 산양삼 된장, 장아찌가 전부지만 부족함이 없다. 죽까지 먹고 나면 한여름을 거뜬히 날 수 있을 정도로 속이 든든하다. 하지만 함양군 내에서도 산양삼 백숙을 맛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군내에서 손꼽히는 산양삼 백숙 전문점 '우리들농장' 이춘복 대표 근심이 깊은 까닭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산양삼 가격을 고려해 백숙 한 마리당(4인 기준) 1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비싼 산양삼을 요리 재료로 쓰기에는 가격경쟁력이 낮죠. 특히 우리같이 직접 재배를 겸하지 않고서는 많이 힘들어요. 함양 산양삼 위상이 높아진 만큼 다양한 활용방안도 함께 고민해야죠."

다행히 전망이 밝다. 함양군은 '함양기능성식품 RIS사업'으로 산양삼주, 산양삼겔, 산양삼캔디, 산양삼파우치 등 2차 가공식품을 꾸준히 개발·출시하고 있다. 더불어 산양삼을 발판삼아 전국적인 약용작물 재배지로 인지도를 높이고, 인프라 구축과 산업화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함양 사람들이 반드시 잊지 않는 신념이 있다.

"모든 약재는 마음먹기 나름이에요. 산양삼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좋을 수밖에 없죠. 생으로 먹을 때도 음식에 넣어 먹을 때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필수죠."

앞으로 산양삼이 이끌어낼 발전과 무한한 변신, 그 속에 담긴 함양 사람들의 의식도 주목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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