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향과 맛에 담긴 매운 인생 알았을까

그 옛날,

웅녀는 마늘을 먹었다. 마늘을 먹고 여성이 된 웅녀는 단군을 낳았다.

마늘은 우리 민족의 단군신화를 탄생시켰다.

오늘,

남해 아낙들은 마늘을 키운다.

1년 365일 마늘밭에서 인생을 보낸다.

종자를 심고, 비닐을 씌우고, 싹을 틔우고, 마늘종을 뽑고, 수확을 하고,

그리고 다시 마늘 종자를 만들고….

마늘이 땅과 하늘의 기운을 받아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일일이 손으로 쓰다듬으며 보살피는 아낙들의 손길은

자식을 기를 때와 다르지 않다.

10개월 동안 뱃속에서 품은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이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하고

제 앞가림 할 수 있을 때까지

온갖 정성으로 길러 내는 어머니와 같다.

그 옛날 마늘을 먹고

단군 신화를 탄생시킨 웅녀의 기운이

오늘날 마늘을 일구는 남해 아낙들에게로 이어진다.

일해백리(一害百利),

마늘을 두고 일해백리라 말한다.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 다랑논에 다 자란 마늘이 뽑혀 있다. 마늘 수확이 모두 끝나면 이곳에는 벼농사가 이어진다. 남해 땅은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남해 마늘'과 같은 훌륭한 특산물이 나올 수 있었다. /경남도민일보 DB

'마늘냄새 빼고는 백 가지가 이롭다'는 얘기다.

남해 사람들에게도 마늘은 일해백리였다.

한평생을 마늘밭에서 일하느라 허리는 비록 구부러졌지만

남해 사람들에게 마늘은 삶을 지탱해 준 힘이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자식을 대학까지 교육할 수 있었던 배짱이요,

생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밑천이었다.

없는 살림에 고기 한 접시 밥상 위에 차려 낼 수 있었던 것도

마늘을 팔아 두둑해진 주머니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된 농사일을 끝내고 보내는 잠깐의 휴식,

꽃놀이를 갈 수 있었던 것도 마늘이 주는 보너스였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남해는 마늘 수확으로 분주하다.

남해대교를 건너는 순간,

미풍에 실려 오는 마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얼굴 찡그릴 일은 아니다.

마늘 논·밭에서 매운 냄새가 진동하는 이유,

남해 사람들의 매운 인생이 담겨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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