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치료는 잇몸 건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필수’

자연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유기적인 구조이다. 식물은 수정을 위해서 벌을 필요로 하고 벌은 꿀을 얻기 위해서 식물의 꽃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균형이 잘 유지되고 있을 때 자연은 생기가 있다. 만약 꽃과 벌 중 어느 한쪽이 없어진다면 다 같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은 자연의 섭리는 사람의 몸에도 찾아볼 수 있다. 신경과 힘줄 뼈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만약 신경에 손상이 일어난다면 근육과 뼈는 운동을 하지 못해 앙상하게 말라버린다. 어디 신경 근육 뼈에만 이런 관계가 있겠는가.

치아와 잇몸도 서로 돕는 관계이다. 치아가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잇몸이 있어야 하고 또 치아가 있어야만 잇몸 뼈도 계속 자극을 받아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먼저 치아가 상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치아가 상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충치이다. 충치는 먼저 치관에서 시작해서 더 깊은 부위 치수까지 이르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단계에서 흔히 말하는 신경치료를 시행하고 적절한 보철 치료를 한다면 발치까지는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서 치근까지 상한 경우에는 발치를 할 수 밖에 없는데 발치로 인해 치아가 없어지는 것은 잇몸 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때부터 잇몸 뼈의 위축이 일어난다. 체적이 줄어들고 점점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면 치아가 없는 자리는 뼈가 아주 앙상해진다. 충치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주는 것은 치아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잇몸 뼈를 보존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한 것이다. 성장기에서 잇몸 뼈는 치아와 함께 자란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치아가 없으면 뼈의 성장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주위 뼈가 아주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성장기 이른 나이에 영구치가 상실되면 뼈의 성장도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기존 있던 잇몸 뼈의 위축이 일어나서 나중에는 잇몸 뼈가 부족하여 임플란트를 시행하기도 아주 어렵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발치에 이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세가 들어 치아를 모두 발치한 어르신들의 경우에도 치아를 상실한 순간부터 잇몸 뼈에 위축이 많이 일어나서 원래 잇몸 뼈의 1/5도 남지 않은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경우는 틀니를 제작하더라도 틀니가 유지될만한 잇몸뼈가 거의 없어 틀니 사용이 아주 불편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임플란트의 기술 발달로 최소한의 잇몸 뼈만 남아 있다면 틀니가 잘 유지되도록 임플란트를 사용하므로써 훨씬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 틀니를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도 아래쪽 틀니가 자꾸 탈락하고 사용에 불편을 느낀다면 아래 쪽에 틀니유지용 임플란트를 심는 것을 고려해볼 일이다.

다음은 잇몸 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치아에 붙은 치태를 깨끗이 제거하지 않으면 여기에 서식하는 세균들이 잇몸 뼈를 녹아내리게 만든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풍치이다. 요즘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풍치를 예방하는 첫 단추이면서 제일 중요한 일은 치아에 붙은 치태를 양치질로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다. 치아 사이에 있는 치태는 보통의 양치질로는 잘 제거되지 않기에 치간치솔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혹은 시중에 판매하는 워터픽을 사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치태가 제때 제거되지 않고 풍치가 점점 진행이 되면 치아는 붓거나 통증을 느끼고 결국 흔들리게 된다. 전봇대가 30cm 깊이의 흙 속에 박혀 있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전봇대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잇몸이 탈이 나면 결국 치아도 생존할 수 없는 것이다. 잇몸관리는 그래서 중요하다. 초기의 치주염, 풍치는 잇몸 치료를 통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인체는 살펴볼수록 오묘하고 신비로운 존재이다. 인체 각 부위가 서로를 도와야 상생할 수 있는 유기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상대가 살아야 나도 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시려는 창조주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네가 살아야 나도 살고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이 작은 이치를 따라 살아간다면 우리 공동체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정훈 은혜병원 부원장 치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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