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서 날것으로 먹는게 최고' 지역민 공통된 목소리

 

멍게는 아주 민감하다. 작은 환경 변화에도 몸은 움츠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늘 어민들 애간장을 태운다. 그런데 밥상 위에 오를 때는 아주 기특하다. 여러 음식으로 변신해 사람들 입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비빔밥·회로만 그치지 않는다. 된장찌개·찜·전·물회·전골·회덮밥·초밥·김밥·국수·냉면·파스타·피자·멍게가스 같이 다양한 옷을 갈아입는다. 샐러드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젊은 사람들 손길을 기다린다. 만두로 사용될 때는 육고기 못지않은 훌륭한 식감을 자랑한다.

통영 사람들은 멍게비빔밥 이야기를 할 때 한 마디 첨가하는 것이 있다.

멍게는 역시 날 것 그대로가 최고다. /사진 박일호 기자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이 멍게비빔밥을 그리 좋아했잖소."

멍게와 비빔밥이 만날 수 있었던 지난 시간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이곳 사람들이 흔하디흔한 멍게를 회로만 먹는 것에 그칠 리 없었다. 잘게 썰어 밥 위에 얹고, 고추장으로 비비기만 하면 되니 간편했다. 그 맛이 일품이었던 것은 물론이었다. 늘 먹으면 귀한 맛을 모르는 법이다. 의미 있는 날, 손님 찾는 날, 그리고 입맛 떨어질 때 먹던 별미였다. 그렇게 밥상 위에 오르던 것이 집 안에만 머물 리 없겠다. 1980년대 해산물 내놓는 식당에서도 조금씩 선보였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그 이름 알려진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오늘날은 외지 사람들이 더 유난을 떤다. 이곳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분위기를 전한다.

"우리도 먹기는 하지. 그래도 멍게비빔밥 찾는 사람 대부분은 관광객이지."

멍게비빔밥은 이웃 거제에서도 유명세를 치른다. 방송에 자주 등장한 거제 어느 전문식당에는 전국에서 발길이 몰린다. 통영 사람들로서는 자존심 상할 만도 하다. 1년 전 '통영멍게수협 추천 전문식당 1호점'이 들어섰다는 것은 그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런데 멍게비빔밥은 통영에서 귀한 대접까지는 못 받는다. 시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맛 책자'가 있다. 다른 메뉴와 달리 '멍게비빔밥'은 별다른 설명을 달고 있지 않다. 들여다보면 그럴 까닭이 있다.

통영은 이것 아니라도 맛이 넘쳐 흐른다. 해산물 천국답게 계절별 음식은 기본이다. 봄에는 도다리쑥국, 여름에는 갯장어회, 가을에는 전어회, 겨울에는 물메기탕이 있다. 충무김밥을 비롯해 우짜·꿀빵·빼떼기죽·시래깃국·다찌 같이 특화된 음식도 여럿이다.

이곳 사람들보다는 외지인들이 더 유난을 떠는 멍게비빔밥. /박일호 기자

어떤 이들은 통영멍게비빔밥을 상품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주비빔밥 못지않은 통영 대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먹을거리 풍성한 이 지역에서 그리 깊이 있는 고민으로 다가가지는 않는 듯하다.

멍게비빔밥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젓갈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소금에 숙성해 그 맛을 더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생멍게를 추천한다. 날것을 잘게 썰어 새싹·김·오이·피망을 넣고, 참기름·깨·소금·다진 청양고추를 버무려 먹는 식이다. 더러는 고유 맛을 해친다며 김·깨는 넣지 않기도 한다.

이곳 사람들은 멍게를 막걸리 안주로도 많이 찾는다. 막걸리 한 사발 기울이고 멍게 한 입 넣으면, 상큼한 향이 입안 가득 배는 것이 그리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날 숙취가 전혀 없을 정도란다.

멍게막걸리를 개발한 강평호 씨. /박일호 기자

이 때문에 안주 아니라 아예 술로 만들어 보려고도 한다. 멍게는 그 특유 향이 있다. 알코올 성분 때문이다. 이러한 멍게가 막걸리와 합쳐지니 '알코올'끼리 만남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오히려 상극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서로 부딪치면서 알코올 성분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탓이다.

그럼에도 강평호(57) 씨는 멍게막걸리, 일명 '멍탁'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막걸리 한 잔할 때 안주로 자주 애용했죠. 환상적인 궁합입니다. 그러다 보니 막걸리와 멍게를 하나로 합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멍탁'은 3년간 노력 끝에 마침내 완성됐다. 특허까지 받아 곧 상품화할 예정이다. 물론 비싼 원재료, 여름에는 냉동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걸림돌로 남아있다. 그래도 돈이 목적이 아니기에 마음은 느긋하다. 한잔 흡족하게 들이켜는 이들이 있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강 씨는 멍게식초까지 만들어 이 역시 특허출원해 놓고 있다.

멍게를 놓고 이곳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통영에서 나는 것이라도 외지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 나죠. 멍게가 얼마나 민감한 놈인데…. 아무리 옮겨지는 과정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그 맛 그대로일 리는 없어요."

또 덧붙여지는 말이 있다.

"이리저리 다양한 멍게음식이 있지만 날것 그대로를 넘어설 수 없죠."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이렇게 압축한다.

'멍게는 주산지 통영에서 날것으로 먹는 게 최고다.' 

 

※이 취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무학이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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