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푸른 바다 2년의 긴긴 산고 끝에 붉디붉은 꽃 피워올리고
5월 통영 바다는 밋밋하지 않다. 붉은 꽃이 피어 있다.
겨우내 바다 아래 있던 멍게가 고운 빛깔을 마음껏 자랑한다.
어느 배가 멍게를 주렁주렁 매단 채 지난다. 마치 화려한 꽃상여가 바다에 떠 있는 듯하다.
뭍으로 올라온 멍게는 연신 물을 내뿜는다.
변함없는 '바다 물총'임을 굳이 확인해 준다.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2년 동안 줄에 붙어 잘도 버텼으니 말이다.
작업하는 이들 손길은 분주하다.
짠물 기운을 씻어내고, 껍질을 벗기며, 차에 실어나르기 바쁘다.
이 작업도 여름이 오기까지 한철이다.
멍게는 5월 미각을 일깨운다. 이때는 '며느리한테도 주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맛이 좋다.
한 입 머금으면 부드럽고 짭조름한 향이 전해진다.
제철이라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같은 바다라도 멍게가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여간 민감한 게 아니다.
작은 수온 변화에도 성장을 멈춰버린다. 어부들 처지에서는 참 새초롬한 녀석이다.
하지만 멍게는 자연에 순응하는 것일 뿐이다.
어민들은 두어 달 전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상 저온으로 성장이 멈춰 첫 출하도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늦었다.
그래도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 한 시름 놓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멍게가 또 언제 변심할지 모른다.
통영 인근 해역에서 끌어올리는 멍게는 전국 생산량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식은 자연산과 다를 바 없다. 먹이를 따로 줄 필요도 없다.
그냥 2년 동안 줄에 붙어 있는 것만 끌어올리면 된다.
기후 탓에 집단으로 폐사해도 어찌할 도리는 없다. 바다 아래 신에게 맡겨 두는 수밖에.
그래서 어민들은 마음을 비운다.
한 해 잘됐다고 그리 기뻐할 필요도, 한 해 부족했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지난 시간을 통해 얻은 경험이다.
통영 사람들과 멍게는 그렇게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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