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미만 영유아가 80% 정도 차지…방치하면 드물지만 사망할 수도

“아이가 자꾸 기침하고 열이 내리지 않아서 조금 심한 감기에 걸렸나 보다 싶어 병원에서 처방받은 감기약만 먹이고 있었어요. 그러다 혹시나 해서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니까 심장병이라니….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A씨(34세)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아이가 기침, 발열, 설사 등의 감기 증상이 며칠째 계속되고, 일반적으로 먹는 감기약을 먹여봐도 도통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여느 아이들이 흔히 앓을 수 있는 ‘감기’라고 생각했던 A씨는 갈수록 심해지는 아이의 상태가 걱정되어 대학병원을 찾았다. 단지 ‘지독한 감기’일 것이라고만 생각한 아이의 병명은 놀랍게도 후천성 심장병인 ‘가와사키병’. 다행히 아이는 소아심장 전문의로부터 적정한 치료를 받아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회복했지만,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계속 방치했다면 사랑하는 아이에게 큰 병을 안겨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가와사키병은 소아 연령에서 흔히 발병하는 후천성 심장 질환으로 1967년 일본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며,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에게서 현저히 많이 발병하는 질환이다.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나, 유전학적 요인이 있는 소아가 비교적 흔한 병원체의 감염으로 유발되는 과민반응이나 비정상적인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켜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봄이나 가을같이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절기에 주로 발병하는데, 감기인 줄 알고 무심코 방치하게 되면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가와사키병 환자의 약 20~25% 정도는 관상동맥에 경한 변화가 발생하며, 약 1%에서는 심한 관상동맥 확장이나 협착으로 인해 심근 경색증이나 급사로도 이어진다. 통계에 의하면 가와사키병을 앓은 연령층은 4세 미만의 영유아가 80% 정도를 차지했으며, 평균 연령은 28개월이며 100명 중 3명 정도는 병이 재발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가와사키병이 처음 발병하면 발열로 인해 체온이 38.5℃ 이상으로 올라가며, 치료하지 않으면 대개 1~2주 동안 고열이 지속된다. 급성기 동안에는 심근염, 경한 심낭 삼출증, 판막 역류 등의 증상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후 열을 비롯한 급성기의 증상들은 대부분 없어지지만,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의 피부가 벗겨지는 낙설이 생긴다. 기침·설사 등 주로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쉽게 내리지 않는다. 고열 이외에 진단 기준으로 삼는 임상증상으로는 손발이 붓고 눈이 분비물이 거의 없이 붉게 충혈되며 다양한 양상의 피부 발진이 생긴다. 입술이 평소보다 훨씬 붉은빛을 띠며 갈라지고 혀가 딸기처럼 붉게 변하며 목 주위에 단단하면서 큰 임파선 비대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나이가 어린 영아의 경우 BCG 접종 부위에 벌겋게 부어오르는 발적이 나타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복통, 담낭 종대, 무균성 뇌수막염, 무균성 농요, 약한 간염, 관절염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들이 많이 수반되기 때문에 감기로 인식하여 아이를 방치하게 되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심장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가와사키병은 일반적으로 검사에 의해 진단하기보다는 지속되는 고열과 함께 앞서 설명한 임상증상들을 기준으로 진단하게 되는데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발병 후 10일이 경과하면 이 시기에 혈소판의 수가 증가하여 혈관 벽이 늘어나 확장되거나 풍선 모양으로 부풀어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 관상동맥류로 인한 급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관상동맥류는 혈관파열, 폐쇄, 혈전 형성 등으로 인해 심근 경색을 유발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병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여 최대 4~8주까지 지속한다.

 

삼성창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훈 교수가 심장초음파를 통해 가와사키병을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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