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의 생태이야기] (8) 복과 장수를 불러온다는 복수초

국명 : 가지복수초
학명 : Adonis ramosa Franch

어렸을 때부터 노란색을 좋아했다. 밝고 경쾌하여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도화지 위에서 다른 색을 입혀도 그 색이 보이지 않아 밑그림용으로 많이 쓰다보니 노란색 크레파스만 몽당이었다. 다 커서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도 이 성향은 지속되어 봄에 입는 가디건, 셔츠, 심지어는 쟈켓까지 노란색으로 입기도 했다.

그런데 어떤 자료에서 노란색을 좋아하면 아직 유아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주의자라는 말에 흠칫 놀랐고 생태 쪽 일을 하면서는 자연에서 튀지 않는 색을 고르다보니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노란색도 자연색이고 오행의 기운을 표현하는 오방색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게다가 노란색은 오방색의 중앙에 위치한 색으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해서 임금의 곤룡포에 수놓아진 색이 아닌가. ‘그래! 다 큰 어른이 노란색을 좋아하는 게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안 좋아하려고 애썼던 노란색 꽃들이 갑자기 더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복수초.

사람들에게 봄하면 생각나는 노란색 꽃은? 이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은 개나리라고 하겠지만 나무 말고 풀꽃 중에서 고르라면 나는 단연 복수초를 꼽는다. 피는 시기로도 1등, 화려함으로도 1등이기 때문이다. 일찍 피는 곳에서는 1월에도 피어 그 후에 눈이 오면 우리가 달력에서 보는 눈 속에 피어있는 복수초가 된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녀석들은 자체적으로 열을 내기 때문에 눈 속에 파묻혀 꽃이 지는 게 아니고 주변의 눈을 녹여 꽃을 유지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사진을 얻기 위해 낙엽위에 피어있는 복수초를 꺾어 눈 속에 꽂아 사진 찍는 분이 있어 요즘엔 눈 속에 있는 복수초 사진이 있는 그대로 곱게 보이지 않는다. DSLR카메라의 보급이 가져온 역효과 중에 하나다. 공기 좋은 산속에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이다보니 사진을 배우기에 좋은 조건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겨우내내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꽃님들은 복수초가 피는 것을 필두로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가지복수초.

복수초는 복과 부, 장수를 의미

복수초(福壽草)란 이름의 뜻은 복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꽃인데 황금색이니 복과 부를 상징하고, 겨울을 이겨내고 장하게 피는데다가 비교적 길게 피어있는 꽃이니 장수를 뜻하는 게 아닐까 싶다. 복수초는 보통 낙엽이 많이 쌓인 곳에서 올라오므로 낙엽색이나 꽃색이나 비슷할 것 같지만 현장에서 보면 노란색이 어찌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황금색이란 표현이 정말 딱 어울린다. 게다가 옹기종기 모여 활짝 꽃을 펼치고 있노라면 달덩이같은 새색시들이 함박웃음으로 환하게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느 누가 마음을 뺏기지 않겠는가.

이렇게 아름다운 걸 그냥 느끼는 것만으로 끝내면 좋은데 진짜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조사를 하다보면 머리에 쥐가 내린다.

가지복수초.

우리나라에는 현재 복수초, 가지복수초, 세복수초 3종이 등록되어 있는데 복수초와 세복수초는 비교적 분류가 정확한 반면 가지복수초는 매우 어지럽게 되어있다. 복수초는 꽃받침이 꽃잎보다 긴 것으로 구분하고 세복수초는 가늘게 갈라지는 잎이 함께 올라오는 것으로 구분한다. 그 나머지는 모두 가지복수초로 보면 되는데 이게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가지복수초였다가 개복수초였다가 현재는 개복수초를 가지복수초에 통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고 복잡하다. 어쨌거나 현재는 가지복수초로 등록되어있는 상태니 가지복수초로 해둔다. 경남 지역에서는 대부분이 가지복수초이고 복수초는 매우 드물게 보이며 세복수초는 제주 지역에서 많이 보인다.

세복수초.

만약 이 복수초를 보고 싶으시다면 굳이 산속에서 찾아 헤매지 마시고 경남수목원이나 대구수목원으로 가시길. 복수초를 보면 그 이름 뜻대로 올해 운수대통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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