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rket story] 고성공룡시장의 발견

“이 시장이 원래 고성장이다아이가. 이거 함 바라.”

구구상회 여상조(80) 아재가 손짓을 했다.

“이기 먼고 알것나?”

허리까지 오는 사각진 돌담부락이었다. 그 안에 뭔가를 덮어두었을 뿐이었다.

“함 디리다 바라.”

여상조 아재는 그 앞에 있는 오토바이를 힘겹게 치워주었다. 황급히 같이 오토바이를 들려고 하니 “손 대지마라, 내가 아즉 이것쯤은 헐 수 있다이”라고 뿌리친다.

구구상회 여상조 아재

안을 들여다보니 깊고 어두컴컴했다.

“아재, 우물아임니꺼?”

“맞다아이가. 이기 120년도 더 된 기라. 여름에는 얼매나 시원하다고. 겨울에는 또 얼매나 따뜻하다고… 이기 보통이 아니제.”

바닷가 근처 마을이라 수산물이 많은데다 날마다 씻고 말려야 하는 게 또 일이었다. 그때 이 우물이 온 시장통 사람들의 보물이었음이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하나밖에 없는 거라 많이 쓰면 많이 쓴다고 타박을 받제. 염치없는 사람이 있어 물 마이 쓴다꼬 싸움박질도 일나기도 혔디만 무탈허게 썼다아이가. 아즉도 사용헐 수 있지만 요새 누가 힘들고로 이걸 쓰것노? 인자는 두레박으로 퍼올리는 기 아이고, 모터를 달아서 쓰제. 지금도 물이 아주 좋다아이가.”

‘어시정(漁市井)’. 돌담부락에는 세월에 닳았지만 희미하게마나 알아볼 수 있는 한자어가 새겨져 있었다.

시장 안 오래된 우물 어시정

소가야 때 고성읍성 축성을 할 때 읍성내(城內)에 4개의 우물을 팠다고 한다. 창거리골목에 있던 창거러리새미(창거리정),숨은새미(은성정),읍성 서남쪽에 있는 옥천새미(옥천정),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 어시장 안에 있는 웃장새미(어시정). 이들 4곳의 우물은 고성읍성 주민들이 식ㆍ생활용수를 긷던 곳이다.

읍내 원 시장터였던 이곳 공룡시장 안의 ‘어시정(漁市井)’은 ‘웃장새미’라 불렸다. 대부분 이곳 어물전 사람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바다가 근처에 있어 아무래도 수산물이 많이 쏟아졌을 거고, 시장에서도 어물전이 성행을 했을 터였다.

“여게 긴 장대 두레박으로 긷게 되어 있었다아이가. 지금이사 수도만 틀모는 물이 팡팡 나오지만….”

고성읍성과 이곳 시장의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소중한 유물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생활용수로는 사용치 못하지만 어시정은 이곳 공룡시장의 상징처럼 보였다. 이 우물을 중심으로 시장 이야기를 발굴하고, 고성읍성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하지만 아직 어시정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소홀히 되고 있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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