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못한 자연, 기회로 돌아왔죠"

정인룡(54·사진) 합천군 관광개발사업단장은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합천에서 제일 잘 살면 초등학교 때부터 유학 가고, 조금 잘 살면 중학교 때, 그 밑이면 고등학교 때 유학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유학이라는 것이 대부분 대구로 빠져서 공부한다는 얘깁니다. 지금은 진주 쪽과 반반 정도 되기는 합니다만, 생활권 자체가 대구권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지역에는 대구 지역신문도 들어오고 합니다."

그는 합천 랜드마크로 역시 해인사를 먼저 꼽았다.

"합천보다 해인사가 더 알려진 게 사실이죠. 해인사에 모든 게 집중되다 보니 다른 것에는 소홀할 수 있죠. 다른 것이 가려지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잘못이죠. 이 소중한 불교문화를 잘 살려 다른 것과 연계하는 것이 옳죠."

정인룡 합천군 관광개발사업단장./박민국 기자

합천군은 전국 군지역 가운데 9번째로 땅이 넓다. 정 단장은 마냥 반길 일이 아님을 표정으로 나타냈다.

"땅 넓은 게 자랑은 아니죠. 오히려 지금까지 불행했죠. 먹고사는데 도움되는 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이 가능했으면 우리도 거기에 집중했을 겁니다. 유치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고요. 높은 산이 곳곳에 있고, 교통도 불편하니 공장 하나 유치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는 아우성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떠났던 이들이 향수에 젖어 귀농·귀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죠. 그리고 '힐링' 이런 단어도 뜨고…. 그동안 공장 유치에 마음을 졸였는데, 지금 보니 우리에게 남은 건 자연밖에 없다는 거죠. 우리 같은 고장에 다시 기회가 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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