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을 다녔을 때는 비오고 흐린 날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바로 옆에 붙은 동네인데도, 한쪽은 볕이 따갑고 한쪽은 폭우가….

덕분에 늘 구름이 걸려 있는 산청 산자락은 충분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유난히 예쁘게 봤던 장면은 산 중턱에 걸린 조각구름이었습니다.

안개가 낀 것도 아니고, 구름떼가 산을 가린 것도 아닌 것이, 달랑 구름 한 조각이 산을 못넘어가고 있더군요. 그런 구름 조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지요?

밤머리재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박민국 기자

산청읍에서 금서면을 거쳐 삼장면으로 향하는 길고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에서도 그런 조각구름을 계속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한참 넘어가다가 힘들어서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어쨌든 그런 구름들을 보면서 오르막 끝까지 가니 고갯마루에 너른 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입구 표지석에는 '밤머리재'라고 적혀 있더군요.

버스를 고쳐서 만든 매점입니다. /박민국 기자


뜰에는 아무 치장이라고는 없었습니다. 그냥 적당히 넓은 땅에 잡초도 이곳저곳 나 있었습니다. 입구 근처에 버스를 개조해 만든 매점과 그 뒤에 있는 벌통 정도가 사람 손이 간 물건입니다. 그밖에는 그저 평범한 뜰입니다.

하지만, 이 평범한 뜰 끝에 가면 산청이 지닌 풍성한 매력을 쉽게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옆모습만 볼 수 있었던 산이 밤머리재에서는 긴 줄기로 펼쳐집니다. 역시 산청에서 보는 산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머리재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박민국 기자

이곳을 넘는 분들은 뜰에 차를 세워놓고 기념촬영을 하더군요. 취재팀이 도착했을 때도 일가족이 차 2대에 나눠타고 이곳을 찾았더군요. 기념촬영을 부탁하길래 우리 쪽 사진전문가 박민국 기자가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아무 방해되는 시설물 없이 넓게 펼쳐진 하늘 아래 산줄기. 그 가족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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