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학교·학원 교육 조화롭게 발전하길 바래"

“이렇게 만나서 되는 일인지 모르겠네요.”

김종(47) 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를 만난 곳은 병원이었다. 깁스를 한 오른쪽 다리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왼손으로 몸을 받쳐 앉으며 오른손으로 무릎 언저리를 주물렀다. 김종 회장은 지난 7월 말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뛰다가 조금 불편해도 그런가보다 하며 넘기고 넘겼던 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는 수술 날짜를 받아놓고도 신나게 공을 찼다.

“한 6개월 못 뛰겠다 싶어서요. 어차피 수술하니까 원 없이 뛰자 싶었지요.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요.”

그는 또 머쓱하게 웃었다.

김종 회장은 지난해 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을 맡았다. 전임 회장이 개인 사정 때문에 일을 더 할 수 없게 되자 대신 나서게 됐다. 그리고 올해 총회에서 정식으로 임기 2년 회장에 다시 선출됐다. 마산지역에 회원 학원은 930개 정도다. 이 가운데 회비를 내며 연합회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학원은 600여 개 정도 된다. 이들 회원 권익 보호와 친목 도모가 김종 회장이 맡은 일이다.

“요즘 학원 사정이 좋지 않아요. 정부 교육정책에 희생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요. 현재 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 원인을 학원에서만 찾는 것 같아 현장에서는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김종 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박일호 기자

‘공교육 정상화’는 교육계에서 늘 앞에 놓는 과제다. 그 끊임없는 논의 과정에서 사교육은 걸림돌 취급을 받았다. 공교육을 북돋을 수 있는 길은 사교육을 누르는 데서 시작한다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교육 현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눈길이다. 김종 회장은 먼저 학원 처지에서 갑갑한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정책, 개인과외, 무허가에 밀려나는 학원

“아이들이 학원을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줄었어요. 방과 후 학교 때문이지요. 중·고등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도 하잖아요. 물리적으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학원 운영 시간까지 제한이 있고요.”

이 때문에 학원 현장에서는 주말반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일단 아이들이 학교에 없는 시간을 공략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 현장에서도 경쟁자는 있다. 바로 개인과외와 학습지, 그리고 무허가 학원이다.

“집집마다 힘들다지만 또 개인과외를 시키는 부모도 많습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한 것 같아요. 사교육 현장도 어떤 면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지요. 돈이 없어서 학교만 보내는 집도 많아졌고 고액 개인과외를 하는 집도 많아졌습니다.”

김종 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박일호 기자

김종 회장은 무허가 학원에 대해서 특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교육 정책을 거스를 수는 없고 여유가 있는 집에서 개인과외 하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무허가 학원은 김 회장이 보기에 반칙이었다.

“학원은 교육청에 신고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교육 당국 관리를 받게 돼 있는 구조지요. 당연히 교육 정책에도 협조해야 하고요. 물론 세금도 정확하게 냅니다. 하지만, 무허가 학원은 그런 책임이 없지요. 법으로 금지된 것인데도 전혀 단속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김종 회장이 털어놓은 사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은 당사자들이 풀어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하나 풀어내기가 만만찮은 문제이기도 하다. 김종 회장에게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나마 학원 운영시간 제한을 탄력적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운동이라면 뭐든 좋아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친 게 아니라 무릎이 닳은 김종 회장은 운동을 무척 즐긴다. 학원가 현실을 얘기할 때는 심각했던 김 회장도 스포츠 이야기에서는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골프 빼놓고는 대부분 운동을 중간 이상은 한다고 자신했다.

“초등학생 때 축구를 했고 중학교 다닐 때는 육상을 했지요. 어렸을 때는 사범대학 체육과를 가고 싶었는데 담임선생님이 반대하더라고요. 체육 선생 일이 전망이 밝지 않고 힘들다고 생각했나 봐요.”

김종 회장은 창원대 교육학과에 진학한다. 물론 운동은 그에게 늘 즐거운 취미였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갈고닦은 테니스 실력은 대학에서 남들을 가르칠 수준은 됐다. 힘겨운 군대 생활 때도 테니스 실력은 빛을 발했다.

“대대장이 테니스를 좋아하셨어요. 보직이 ‘테니스 병’이 됐지요. 아무래도 남들보다는 좀 편한 군 생활을 할 수 있었지요.”

운동은 취미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수단이기도 했다. 1996년 창원남중학교 사회 교사로 들어간 그는 수업이 없을 때면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함께 근무하는 선생들과 함께 없던 족구 모임도 만들었다. 힘껏 뛰고 저녁에 하는 회식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교사 생활을 오래하지 못한다.

“1년밖에 못했지요. 학원을 하던 아내가 함께 일하기를 원했지요. 1990년대 말에는 학원이 한참 잘 될 때이기도 했어요. 상담교사를 맡으면서 학원 일을 시작했습니다.”

김종 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박일호 기자

학생 수만 200~300여 명이었고 교사도 15명 정도를 유지했다. 그 정도면 중소기업 수준이었다. 김종 회장은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전성기였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좋아하는 운동은 학원 세계에서도 도움이 됐다. 김종 회장 무릎 연골을 모두 닳게 한 축구 동호회 활동은 지난 2002년 시작한 것이다.

“마산 모범학원에 허기 원장님이라고 계십니다. 그분이 마산학원연합회 회장을 하면서 축구 모임을 만들었지요. 학원 원장들이 수요일 오전, 토요일 저녁 주 2회 모여서 공을 찼습니다.”

주 2회라면 결코 만만한 운동량이 아니다. 더군다나 신체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학원 선생이다. 하지만, 현재 회원이 38명인 축구 모임은 10년째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모두 적극적이에요. 저도 워낙 운동을 좋아하니까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요. 부모님 계신 집이 대구인데 전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가서 뵀습니다. 축구 시작하면서부터는 1년에 몇 번 못 갔지요.”

김종 회장은 10년째 축구 모임 덕에 ‘동업자 정신’을 다질 수 있었다고 확신했다. 예전에는 학원 하나하나가 모두 경쟁관계였는데 지금은 뭉치지 않으면 어려운 현실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한다고 했다. 물론 학원가 안에서도 복잡한 문제는 있다. 대표적으로 학원마다 가르치는 과목이 겹치는 문제 같은 경우는 서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인지 막연하다. 그래도 학원연합회 전체 목소리에 힘을 싣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큰 변화다.

학교·학원 교육 조화가 필요한 시기

교육 정상화, 구체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말할 때 사교육은 늘 걸림돌로 지목됐다. 김종 회장이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김 회장은 공교육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놓칠 수밖에 없는 부분을 학원이 보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교육 정상화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내실을 다져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각이 생깁니다. 예전보다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잘 하는 아이와 잘 못 하는 아이 사이 격차를 교사가 꼼꼼하게 챙겨 주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 지점에 학원 강점이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학생 특성과 개인 수준에 맞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유기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학원은 최종 목적이 일정 수준 성적을 올리는 데 있는 만큼 효율적인 체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학교 존재 이유가 성적이 아닌 이상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교육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선행학습’에 대한 김종 회장 생각은 어떨까. 이 부분에 대해서 김 회장은 지나친 선생학습은 부정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공교육에 대한 흥미를 잃을 정도로 진행하는 선행학습은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 과정에 맞춰 1~2주 정도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요. 다음 과정에 대한 흥미를 품을 수 있을 정도지요. 드라마로 치면 예고편을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선행학습’ 수준은 김종 회장이 보기에도 지나친 면이 있다. 특히 고등교육 과정을 대부분 학습하고 진학하는 중학생 같은 경우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김 회장 분석이다. 어쨌든 김 회장이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교육주체마다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물론 가정에서까지 역할에 맞게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교육이 전체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김종 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박일호 기자

삭막한 공간이지만 보람은 역시 아이들

학원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아무리 포장해도 교육 소비자 쪽에서 만족하지 않으면 관계는 느닷없이 깨진다. 스승과 제자라는 특수 관계가 이곳에서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 때가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학원은 삭막한 공간이다.

“결국 성적이지요.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학원을 계속 다닐 이유가 없어져요. 그렇다고 성적만 생각하고 학원을 운영할 수는 없지요. 또 아이들이 흥미를 두고 다닐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줘야 해요.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돌아설 수 있는 관계지요.”

그래도 15년째 학원 생활에서 남는 것은 아이들이다. 김종 회장도 결국 학원에서 얻은 보람은 제자에게 찾았다. 졸업하고도 한 번씩 학원에 찾아와서 안부를 묻는 아이들,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들고 오는 아이들, 유학생이면서 한 번씩 한국에 올 때마다 학원에 들르는 아이들.

“학원 운영이 여러 가지 어려울 때가 많지요. 그때마다 제자들을 보면서 답을 찾아요. 졸업한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고 그들이 자란 모습을 보여줄 때 지금까지 허투루 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 게 보람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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