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하면 '고성'…왕새우 등 싱싱한 해산물 즐비

고성은 오래전부터 쌀을 자급자족해 인근 통영·거제 같은 곳으로부터 부러움을 얻었다. 여기에 바다서 나는 해산물까지 더해지니, 어렵던 시절에도 비교적 배 곯지 않는 고을이었다. 그러한 덕에 좀 풍족해진 이들은 자식 교육에 정성을 쏟았다 한다. 해방 후 '전국 공직자 가운데 고성 출신이 제일 많다'는 말도 있었다 한다.

오늘날 이곳 청색 바다에는 양식장 흰 부표가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다. 굴·미더덕 같은 양식이 성행하고, 멸치 말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대목은 있다. 이곳에서도 적지 않게 생산하는 굴은 통영이, 미더덕은 마산(현 창원시) 진동이, 장어는 삼천포가, 멸치는 남해가 좀 더 앞에 이름 올린다.

지금은 예전 명성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체면치레할 만한 것이 있기는 하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알려진 '하모 샤부샤부'. 샤부샤부는 칼집에서 맛이 갈린다고 한다. /박민국 기자

갯장어로 식당에서는 '하모'라 불리는 놈이다. 장어에는 종류별로 다른 이름이 붙어 있어 헷갈리기 십상이다. 갯장어가 하모, 붕장어가 아나고, 먹장어가 꼼장어, 뱀장어가 민물장어다. 특히 생김새·맛에서 하모와 아나고 구분이 쉽지 않다. 하모는 주둥이가 뾰족하고 몸체가 큰 편이며 여름 한철 음식이다. 특히 잔가시가 많은 특징이 있다.

하모는 그 옛날 '견아리(犬牙驪·개 이빨 한 뱀장어)'라 불렸듯 이빨이 날카롭고 성질이 아주 사납다.

지금이야 여름 별미로 좀 비싼 가격을 치르고서라도 맛보려는 이 많지만, 일제강점기 때는 전량 일본으로 넘어갔다 한다.

하모회 속살이 참 뽀얗기도 하다. /박민국 기자

하모는 7~8월 한철에 먹어야 제맛이라지만, 좀 다른 해석도 있다. 여름철 강한 어종이기에 가장 더울 때 더없이 좋은 맛이 나기는 하지만, 5월 초순 지나 9월까지는 한결같은 맛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8월이 되면 전어냄새가 솔솔 나니 사람들 매정한 입이 그쪽으로 쏠려 홀대받는 측면이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하모' 하면 '고성'이 자연스레 튀어나올 정도였다고 하는데, 삼산면이 그 중심이다. 이곳 삼산면은 어촌지역이라 쌀이 귀할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겨울에 식량을 빌려다 먹고는, 여름철 잡은 하모로 그 값을 대신하기도 했다 한다. 하모 횟감이 수도 없이 올라와 섭섭지 않은 가격으로 일본에 수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놈까지 너무 손을 대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그 이름값이 줄어들었다 한다. 일본 수출길이 좁아지면서 도내 자체 소비에 의존했지만, 찾는 이 많을 마산·창원·진주 같은 곳으로 운송하는 길이 그리 녹록지 않았던 듯하다.

하모를 먹기 위해 저녁 무렵 고성 삼산면을 찾으면 해지는 풍경에 잠시 넋을 놓게 된다. /박민국 기자

오늘날 하모는 전라남도 여수로 넘어가 있다. 이 지역은 특히 샤부샤부 인기가 좋다. 샤부샤부는 칼집에서 맛이 갈리는데, 그 솜씨가 발달해 있다 한다.

그래도 삼산면 사람들은 눈을 작게 돌려 "통영에서도 하모를 내건다지만, 입맛 까다로운 그쪽 사람들은 여기로 다 온다"며 의미를 이어가려 한다.

역시 삼산면 쪽에는 왕새우 양식장이 몇 군데 자리하고 있다. 남해안은 수온이 서해안 쪽보다 1~2도 높아 새우 양식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라 한다. 9월 이후 알이 꽉 차면 소금구이·튀김으로 미식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해산물 내놓은 시장에 가서는 '오도리(살아있는 싱싱한 새우를 뜻하는 일본말)'를 찾으면 회로 즐길 수 있다. 팔딱거리는 놈을 붙잡고 머리 떼고 몸통 껍질 벗겨 초장에 한입 하면 싫지 않은 비릿함이 전해진다. 떼어낸 머리는 소금구이로 또 한 번 즐기면 된다.

살아있는 오도리를 초장에 찍어 한입하면 싫지 않은 비릿함이 입안에 퍼진다. /박민국 기자

시간을 오래전으로 거슬러보면 토하젓이 이곳 사람들 기억에 남아있는 듯하다. 토하는 논·저수지에서 나는 작은 민물새우다. 논농사 발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저수지도 유독 많다 보니 그 안에서 나는 놈을 적절히 활용한 듯하다.

고성 촌로들은 토하젓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굴 담그듯 양념 버무려 뜨끈한 구들장에 하루 재웠다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다시 바다회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여기 사람들은 "겨자·된장·초장 모두 섞어 소스를 만들고, 한입에 3~4점씩은 먹는다"라며 뱃사람 호탕한 기질을 내비치려 한다.

예로부터 고성 오일장이 열리면 줄 서가며 먹은 음식이 다름 아닌 흑염소국밥이다. 주로 사량도(통영시)에서 방목한 흑염소를 잡아다가 내놓았는데, 인근 진주·마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고성 오일장 기다리는 이가 많았다 한다.

하지만 유서 깊은 집은 세월과 함께 하나둘 사라지고, 지금은 3대가 이어 60년 된 집이 고성읍 쪽에서 이어가고 있다. 등심·뒷다리 살은 석쇠불고기에, 내장과 그 외 부위는 국 우려내는데 들어간다.

5일장이 열리면 줄 서서 찾았다는 흑염소국밥. /박민국 기자

고성에는 지금도 양조장이 예닐곱 된다. 예전에는 면별로 하나씩은 있었다고 한다. 벼농사·농요가 발달한 이곳에서 농번기 목 축일 것이 빠져서 안 될 노릇이었다. 하이막걸리 등 고성 것을 찾는 이들이 비단 이 지역 사람만은 아니다. 주재료가 곡식이니 이 지역 농산물 품질이 좋다는 것을 떠올리면 답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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