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요모조모] 제13회 영호남연극제

진주 시내와 남강변이 연극무대가 되었고 공연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한 편의 연극을 보기 위해 이른 저녁을 먹고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더러는 부부끼리 더러는 온 가족이 공연장 앞에서 줄을 서야 했다. 무더운 여름밤이 사람들의 얼굴에서 푸르른 웃음으로 바뀌었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열린 ‘영호남연극제’. 올해로 13회째였다. 이번 주제는 ‘도시가 공연장이다. 문화는 즐거움이다’. 6일 동안의 연극제 기간 내내 사람들은 영호남에서 활동 하는 극단들의 다양한 연극을 맛볼 수 있어 즐거웠다. 충분히 행복해 했다.

영호남이 ‘통하였느냐’

사진 / 영호남연극제 SNS기자단

영호남연극제는 진주시와 순천시가 동서 화합과 지역 연극 발전을 위해 만든 것이다. 1998년 ‘영호남 연극발전을 위한 모임’이 만들어졌고 2000년 제1회 영호남연극제가 열렸다. 진주연극협회(한국연극협회 진주시지부)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던 영호남연극제는 처음 진주와 순천 두 도시에서 격년으로 열어나갔다. 이후 참가 지역을 확대하면서 지난해부터는 매년 열고 있다. 각 지역에서 추천하는 지역 극단의 작품 중 해당 지역의 작품 1편을 제외한 3편과 공동초청작품 2편이 공식참가작을 이뤄 진주, 순천, 전주, 구미 등 4개 지역을 순회 공연한다. 여기에다 각 지역 고유 행사와 작품을 추가해 지역마다 특색 있는 공연작을 꾸리고 있다.

개막일인 7월 31일 오후 8시 진주 현장아트홀에서는 축하공연으로 마임공작소 ‘판’의 ‘마임콘서트’가 있었다. 마임이스트 고재경의 1인 공연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예매 기간 이미 전석매진을 기록한 공연이었다.

본격적인 연극은 8월 1일 시작됐다. 올해의 공동 초청작은 이야기꾼의 책 공연의 ‘마쯔와 신기한 돌’과 명품극단의 ‘관촌수필-옹점이를 찾습니다’였다. ‘마쯔와 신기한 돌’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아동극이었다. 바위섬에 사는 생쥐 마쯔가 바위섬에서 반짝이는 돌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다양한 배경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연극 중간중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터지기도 했다.

‘관촌수필-옹점이를 찾습니다’는 어린 시절 노래를 잘 부르고 유별났던 부엌데기 옹점이가 약장수 패거리의 가수가 되어 유랑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우리의 옛정서와 흥겨운 노랫가락이 더해져 배우와 관객이 함께 한바탕 즐기는 작품이었다.

이 밖에도 극단 연극촌 사람들의 ‘호랑이 이야기’, 정읍우리아트컴퍼니의 ‘아내의 뒤를 쫓는 남자’, 극단 드라마스튜디오의 ‘오래전 愛(애)’를 만나볼 수 있었다.

놀거리·볼거리·먹을거리 ‘다’ 있었다

사진 / 영호남연극제 SNS기자단

영호남연극제의 가장 큰 목적은 연극과 공연을 통해 ‘가까이 있지만 먼’ 다른 도시의 삶을 들여다보는 ‘소통의 장’이라는 것. 바로 ‘컬펀난장’이다. ‘컬펀난장’은 예술가와 시민이 자발적으로 함께하는 참여형 퍼포먼스. 분수를 이용한 신나는 물놀이를 준비해 한여름의 더위도 식히고 일상에서 예술도 접하는 자리가 되었다.

연극제 마지막 이틀 동안 진주 강남동 중앙광장 분수대 옆에서 열린 컬펀난장의 올해 주제는 ‘청춘’. 이들의 때로는 발칙하고 때로는 재기발랄한 감각적인 공연이 한여름 밤 몰려든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공연장 주변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공연 시작 전부터 장사꾼들이 트럭을 세우고 공연무대보다 더 빨리 전을 펼쳐놓았다. 아이스크림, 와플, 번데기, 꼬지 등 군것질거리가 다양했다. 쉴새없이 놀거리가 펼쳐지는 동안 시민들은 이미 더 이상 관객이 아니었다. 같이 어울리고 같이 노래하고 같이 환성을 질렀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축제가 되었다. 박범주 작가의 설치전 ‘일상에 잠시 Esc-콘크리트에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춤과 타악퍼포먼스, 인디밴드 공연, 마임 등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컬펀난장’에서는 밤늦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장아트홀에서는 연극제 기간 동안 배길효 사진작가의 ‘스퀘어스 스퀘어(Square's square)’전이 열렸다. 영호남연극제조직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도 좋았다. 플래시 몹 ‘파티 록’. 얼마전 전 세계가 열광한 셔플댄스. 하지만 40대에겐 어려웠다. 아이들이 가장 신나한 건 물놀이 퍼포먼스 ‘워터록’. 수없이 쏟아지는 비눗방울에 넋을 놓거나 깔깔대며 손으로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연령을 무시하고 기웃대며 구경하기엔 프리마켓 ‘컬펀 마켓’이 좋았다.

진주에서 엿새 동안의 축제를 연 영호남연극제는 8월 4일부터 8일까지는 순천에서 열렸고, 오는 9월 5일부터 9일까지는 전주에서, 9월 6일부터 15일까지는 구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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