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박물관에서 만난 향토사학자 김재학(53) 씨는 1700년대 기생 '운심(雲心)'에 대한 이야길 꺼냈습니다. 소설가 김춘복(75) 선생 역시 이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 전했습니다.

들어보니 황진이 못지않은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17세기 중반 이후 기생 있는 곳에 풍악이 울리면 반드시 검무, 그러니까 칼춤부터 선보였다고 전해집니다. 밀양에서 태어났으나 출생연도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은 운심은 검무에 능해 양반들 눈을 홀렸다고 합니다.

고운 자태에서 나오는 검무에 한양 세도가 자제 마음 앓이가 보통 아니었나 봅니다. 하지만 운심은 나이 들어 고향으로 돌아와 어릴 적 마음 주었던 한 남자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합니다. 그 애절함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남아있어 '지나다 무덤이라도 볼 수 있게 왕래 잦은 곳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합니다.

상동면 안인리 신안마을 철로변 산 어느 곳에 운심 묘가 있다. /박민국 기자

훼손이 많이 되기는 했지만, 지금도 상동면 신안마을 산 어느 곳에 남아있다는 얘길 듣고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마을회관으로 가니 어르신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동냥에 의존해 찾기는 쉽지 않았는데요, 옷에 쉰내 날 정도로 돌고 돌아 결국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초라한 운심 묘는 보는 이 마음을 시리게 한다. /박민국 기자

아무런 표식 하나 없이 '무덤이겠구나' 정도 알 수 있는 흔적 정도였습니다. 저희는 무성한 잡초를 뽑으며 운심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운심은 죽어서나마 사모했던 남자를 만나 시린 마음을 달랬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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