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재발견'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성은 산성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산성 사진을 찍으려면 간혹 산 중턱까지 제법 올라가야 합니다. 그나마 차가 가는 길이면 좀 괜찮은데,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길이면 버겁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을 많이 빼앗기면 다른 취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이럴 때는 저보다 날렵한 남석형 기자를 활용합니다.

주차장에서 선진리성 입구로 올라가면 가장 처음 만나는 성벽입니다. /박민국 기자

사천 용현면에 있는 선진리성 같은 경우는 남석형 기자만 가지 않아도 됩니다. 평지에 있는 성이거든요. 여유롭게 차를 주차하면 바로 입구가 나옵니다.

1597년 왜군이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쌓은 일본식 성인 선진리성은 비교적 그 흔적이 잘 남아 있습니다. 일본식 성곽이 조선 축성 방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 주변이 잘 정돈돼 공원 기능을 충실하게 합니다.

선진리성. /박민국 기자

기록에는 성 안에 많은 건축물이 있었고 성밖에는 해자와 목책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냥 성벽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 안쪽에는 넓은 야외무대를 두어 문화행사를 열 수 있게 해놓았더군요. 괜찮은 활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리성. /박민국 기자

선진리성. /박민국 기자

선진리성. /박민국 기자

이곳에서는 조선·명나라 연합군과 왜군이 큰 전투가 벌어진 적도 있다고 합니다. 왜군은 이 전투에서 조선과 명나라 사상자의 귀와 코를 베어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훗날 눈과 코가 없는 시체를 모아 무덤을 만드는데, 선진리성 근처에 있는 '조명군총'이 그것입니다. '조명군총'을 풀어 쓰면 '조선과 명나라 군사 무덤'이 되지요. 더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지금 선진리성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역사입니다.

왜군과 전투에서 죽은 조선·명나라 연합군 무덤인 조명군총입니다.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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