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대방동에 있는 '대방진 굴항'을 찾아갔습니다. 해안가 한쪽에 오목하게 만든 인공 시설은 고려시대 말에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굴항 둘레는 나무를 심고 의자를 놓아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주변에는 주택이 있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괜히 집 앞마당에 큰 연못 하나 둔 것 같아 뿌듯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옛 모습을 기억하는 한 선배는 정돈된 지금보다 옛날 모습이 훨씬 좋았다고 하더군요. 옛날 모습을 보지 못해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일단 선배 말을 믿기로 했습니다.

대방진 굴항입니다. /박민국 기자

고려시대 때 만든 군항시설이라고는 하지만, 사천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숨겼던 곳'이라고 홍보합니다. 경남에서 남해안에 접한 지역 치고 이순신 장군과 연을 강조하지 않는 지역은 없습니다. 실제 이순신 장군이 남해안을 곳곳에서 전과를 올린 것도 사실이고요. 이곳 사천 역시 이순신 장군 활약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바로 거북선을 처음 활용한 '사천 해전'이지요. 어쨌든 사천시가 대방진 굴항을 굳이 거북선을 숨겼던 곳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에 이야기가 섞이면 기억에는 더 오래 남는 법이니까요.

대방진 굴항 주변을 남석형 기자와 각각 반대 방향으로 돌았습니다. 끝에서 만났을까요? /박민국 기자
못 만났습니다. 배가 들어오는 입구는 있어야지요. /박민국 기자

굴항 물이 깨끗하게 유지된다면, 이곳은 여름철 물놀이하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크기도 일부로 만든 풀장처럼 적당하게 보였고요. 배를 숨겼다면 1~2척 정도 숨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마침 독자 가운데 한 분이 어린 시절 이곳에서 자랐다고 귀뜀해주셨는데요. 매우 흐뭇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더군요. 그럴 것 같았습니다.

대방진 굴항 입구에서 안쪽을 바라봤습니다.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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