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도자기, 브랜드 못 살려 아쉬워"

밀양은 흙 좋은 땅이다. 하남평야에서 나오는 농작물은 풍성하기 그지없다. 고운 흙 덕에 얻은 또 다른 것이 '도자기'다. 밀양은 한때 우수한 생활자기를 생산하며 그 명성을 떨쳤다. 할아버지·아버지에 이어 도예가 길을 잇고 있는 손주균(55) 선생은 이에 대한 기억을 생생히 전한다. 그 속에는 아쉬움이 짙게 스며있다.

"가곡동 쪽에 일제강점기 때부터 '밀양도자기'라는 공장이 있었어요. 6·25 즈음에는 변기를 주로 만들었을 겁니다. 그 이후에 그릇 같은 생활자기를 대량으로 생산했는데, 한 달에 100만 개 이상 만들어 냈어요. 일하는 사람만 해도 800~900명(실제 600~700명)이나 됐어요. 공장 안에까지 물이 콸콸 흘러들어 갔죠."

1980년대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런데 오늘날은 그 명맥만 잇는 정도다.

   

"할아버지·아들·며느리 모두 기술자인 집이 많았죠. 다들 기술이 좋아 공장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이래저래 생활자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제외하고 생활용품은 전부 다 생산했어요. 청와대 식기로도 들어갔습니다. 그 잔에 물을 부으면 옥구슬 같은 소리가 난다 했죠. 그런데 값싸고 상품성 좋은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죠. 1990년대 중반 결국 '밀양도자기'가 대구 사람한테였나, 그렇게 넘어가 버렸습니다. 지금은 '밀양본차이나'라고 그 일부만 남아있습니다."

작품 활동만 하는 손 선생이지만 '밀양도자기'를 생각하면 두고두고 아쉽다.

"도자기에는 도석이 들어가야 하는데, 밀양은 지천으로 깔렸어요. 여기 부북면도 도석 광산입니다. 밀양은 자연 그대로의 흙이에요. 지금도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밀양 특산물이 도자기라고 나와 있죠. 여기 사람들은 '밀양도자기'라는 그 좋은 브랜드를 살리지 못했죠. 밀양역 근처 가곡동 쪽에 가면 예전 그 기술자들 다 있어요. 지금도 사람 모으려고 하면 다 모을 수 있어요. 이 지역 사람들이 명절 선물로 2만~3만 원 하는 생활자기를 이용하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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