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설희원·권민정 부부

유쾌하며 오지랖도 넓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는 싫지만 부탁받는 것은 또 좋아한다. 무슨 모임에서든 일을 맡기면 마다치 않는다. 어쨌든 뒤에서 얌전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성격은 아니다. 설희원(37) 씨는 그런 남자다. 하지만, 살아온 삶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가정이 늘 부러웠고 그렇지 못한 현실이 섭섭했다. 가정을 꾸린다면 그런 일상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 그는 또 외로운 사람이었다.

"2006년에 처음 만났네요. 막냇동생이 다니던 학원 선생님이었어요."

희원 씨 막냇동생은 30살 유쾌한 형을 위해 소개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계획은 틀어졌다. 원래 형을 만나게 해 줄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일단 대타가 필요했다.

"원래 나오기로 한 친구가 사정이 생겼었나 봐요. 그래서 지금 아내를 데리고 나온 것이지요."

   

그렇게 어색한 자리에 나오게 된 권민정(37) 씨. 희원 씨는 참하고 얌전한 민정 씨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유쾌한 남자와 참한 여자가 만난 자리 분위기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먹히든 먹히지 않든 희원 씨는 재밌는 이야기라고 풀어내며 자리를 이끌었다. 민정 씨는 그저 좋다 싫다 표현 없이 희원 씨 분위기에 맞췄다. 그래도 그렇게 싫지는 않았는지 이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던 희원 씨에게 데이트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본점과 분점을 오가며 가게 키우기에 몰두했다. 다행히 학원 일을 하는 민정 씨 역시 저녁 시간은 바빴다. 운 좋게도 둘은 여유로운 시간이 겹쳤다.

"일단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휴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아내도 학원 강사라서 저녁에는 늘 시간이 없었지요. 데이트는 주로 늦은 밤 드라이브를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희원 씨는 늘 얌전하고 자신을 배려하는 민정 씨에게 점점 끌렸다. 데이트할 때마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희원 씨였지만, 어느새 의지하는 사람도 희원 씨였다. 따뜻한 배려는 희원 씨가 늘 그리워하던 것이었다. 만날수록 마음은 포근해졌고 확신은 커졌다.

"나이가 차니까 당연히 결혼을 생각했지요. 그리고 결혼을 한다면 이런 사람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희원 씨는 작은 이벤트와 함께 해물 스파게티 요리로 민정 씨에게 허락을 구한다. 민정 씨는 늘 유쾌하지만 조금만 다가서면 외로운 티가 나는 남자를 받아들였다. 2008년 2월, 희원 씨와 민정 씨는 많은 사람 앞에서 함께 한 길을 걷기로 약속한다.

"가정사가 조금 복잡해서 아내에게 시어머니가 두 분이에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것 때문에 힘들었지요. 그래서 내가 가정을 꾸리면 그런 아쉬움이 없어야겠다고 늘 생각했고요. 하지만, 그런 부분이 또 아내를 힘들게 하더라고요."

자신으로 끝났으면 했던 부담과 섭섭함은 민정 씨에게도 상당한 무게로 다가왔다. 시댁에 대한 섭섭함은 남편에 대한 섭섭함이, 남편에 대한 섭섭함은 다시 시댁에 대한 섭섭함이 되곤 했다. 게다가 아이까지 낳고 나서 그런 섭섭함은 더했다. 늘 다른 사람에게 유쾌하고 배려하는 남자가 막상 가족에게는 정이 인색한 경우는 흔하다. 힘겨운 아내를 볼 때마다 희원 씨 마음은 무거워졌다. 하지만, 희원 씨도 바빴고 섭섭했으며 정이 고픈 사람이었다. 그런 감정이 엉키면서 부부는 늘 힘들었다. 하지만, 민정 씨는 배려심이 많은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인내심도 강한 사람이었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못 했는데 요즘은 아내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아내에게 맞추려고 하지요. 저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무엇보다 소중하거든요. 그런 책임감 때문에 늘 많은 생각을 합니다."

건강하고 건전하며 따뜻한 가정을 가족 모두 함께 만드는 게 희원 씨 목표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