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 위천면에는 '정온 선생 고택'이 있습니다. 동계 정온(1569~1641)은 거창이 자랑하는 선비입니다. 이웃 함양이 '선비의 고장'을 내세우며 꼽는 인물이 일두 정여창이라면, 거창 역시 선비 문화 자산이 뒤떨어지지 않음을 내세우며 정온을 꼽습니다. 함양에 일두 고택이 있듯, 거창에 정온 고택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정온 선생 고택에 도착하니 입구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경남의 재발견' 취재를 하면서 유난히 보수 중인 옛 건물을 많이 만나게 되는군요. 지방자치단체에서 한창 보수하는 기간인가 봅니다. 안에 들어서자 어수선한 밖과는 달리 잘 정돈돼 있었습니다. 고택은 크게 앞뒤로 2동이 서 있는데, 뒤에 있는 건물에는 정온 선생 후손이 살고 있습니다.

정온 선생 고택 입구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박민국 기자

개인적으로 옛 건물을 가장 잘 보존하는 방법은 사람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요즘 집과는 구조가 달라 살기 불편한 면도 있습니다만, 사람이 살면 건물 생명력도 그만큼 길어집니다.

정온 선생 고택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부엌이나 시설을 조금씩 손을 보면서 후손들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집 구석구석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부엌, 화장실, 아궁이 등 둘 것은 그대로 두고 고칠 것은 고치며 사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박민국 기자

마침 인기척 때문에 나온 분이 이 집안 며느님이셨는데,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살만 하다고 하시네요. 잠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라 했는데 일정에 쫓겨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올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간혹 한 두 명씩 오면 늘 차를 대접한다고 하시는군요. 고마운 마음만 받았습니다. 

고택 앞에 소박한 정원은 이 집안 며느님께서 가꾸셨다고 하네요.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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