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월성계곡에 숨겨진 천문대가 있다
거창 월성계곡에서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나오는 월성청소년수련원은 사실 예정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월성계곡에 온 김에 그렇게 떨어져 있지 않은 수련원이 시설이 어떤가 싶어 가본 정도입니다.
당연히 큰 기대가 없었지요. 아직 개장 시기가 아닌듯 수련원은 조용했습니다. 군데군데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요.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나가려는 찰나 본관에서 체격이 다부진 한 분이 나오십니다. 처음에는 쑥쑥했는데 갑자기 취재팀에서 사진·동영상을 담당하는 박민국 기자와 서로 "어~ 어~" 합니다.
네, 두 사람은 서로 예전에 함께 활동한 적이 있었답니다. 우리를 맞은 분은 심철용 원장이었습니다. 심 원장은 집은 창원이지만 이곳 수련원에서 거의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수련원은 천문대로 꽤 알려진 곳입니다. 해마다 장관 주최로 별을 관찰하는 대회를 열기도 한다더군요. 제법 참여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수련원 본관 옥상에는 철재 구조물이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봐도 별을 보는 곳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철 구조물 지붕이 어떻게 열리느냐였지요. 양쪽으로 갈라질까, 천정이 한쪽으로 뚜껑처럼 열릴까. 그런 상상을 했습니다. 심철용 원장께 안내를 부탁했습니다.
언뜻 보기에 투박한 철재 구조물이 버튼을 하나 누르자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듯이 옆으로 미끄러지면 그 안에 있던 각종 망원경이 나옵니다. 평소 별 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괜히 마음은 설렜습니다.
잠깐 그동안 밤하늘 별을 안 본지가 너무 오래됐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곳에서는 제법 멀리 있는 별, 운하 등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망원경보다 주변 환경 덕이라고 합니다.
수련원 주변은 '광해', 즉 빛이 방해하지 않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워낙 깊고 높은 곳에 있어 주변에 밝은 불빛을 내는 곳이 없기에 그야말로 완전한 어둠 속에서 별을 찾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도시에서 별을 보기 힘든 이유는 공해보다 광해가 원인이 더 크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 덕에 다른 곳보다 성능이 약한 망원경으로도 훨씬 먼 곳에 있는 별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밤하늘에 있는 별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재미에 흠뻑 빠져든다고 하더군요. '경남의 재발견' 기획을 모두 마치면 나중에 한 번쯤 들러야 할 곳으로 점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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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