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재발견' 취재는 이승환·박민국 기자,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 지역당 1박 2일 두 번, 그러니까 나흘이라는 시간을 취재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좋은 경치 즐기며 귀한 음식 먹고 다니니 주변에서는 '한량들 유람하듯 다니겠네'라는 얘길 하기도 합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며, 오히려 그런 마음으로 취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다만, 이를 기사에 어떻게 녹일지에 대한 크나큰 부담감이 현장에서 늘 뒤따릅니다.

이랬든 저랬든 '경남의 재발견' 취재에 동행하고 싶어하는 동료도 적지 않습니다. 저희는 '숙식비용 자부담 및 인터넷 기사 세 개 출고'를 전제로 동행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거창 취재에는 후배인 문화체육부 김두천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김두천 기자는 거창국제연극제 취재 목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래 사진을 한번 봐 주시기 바랍니다. 

세차를 하고 있는 김두천 기자. /박민국 기자

'경남의 재발견' 1호 차로 불리는 이승환 기자 승용차 앞에서 물바가지를 들고 있는 이가 김두천 기자입니다. 그 뒤 왼쪽이 이승환 기자, 오른쪽이 저입니다.

사진만 놓고 보면 선배 두 명이 식사 후 담배·커피 즐기며 후배를 부려 먹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폭력' '강압' '명령' 이런 단어와는 거리 먼 선배이며, 김두천 기자 역시 이를 받아들일 후배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장면이 연출된 이유는 뭘까요?

김두천 기자가 커피를 차 트렁크 위에 얹어 놓았다가 쏟았기 때문입니다. 김두천 기자는 커피를 쏟자 식당에서 물과 바가지를 빌려 와서는 세차하느라 한동안 진땀 좀 흘렸습니다. 

세차를 즐기는 걸까요? 표정이 그리 어둡지는 않네요. /박민국 기자

경남의 재발견 팀은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는 심정 속에 대체 어떻게 하다 커피를 쏟았는지 물었습니다.
김두천 기자는 "커피를 차 위에 얹어두고 트렁크 문을 열려다…"라고 했습니다. 트렁크는 왜 열려고 했는지 재차 묻자 김두천 기자는 "추어탕 먹고 땀을 많이 흘려 수건 좀 꺼내려고 했죠"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땀 좀 닦으려다 더 많은 땀'을 흘린 후배에 대한 안쓰러움보다는 '차 깨끗해졌네'에 방점을 뒀습니다. 

거창군청 앞 사과 조형물 앞에서 어색한 포즈를 하고 있는 김두천 기자.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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