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한결같이 장기기증운동 벌여온 - 새생명나눔실천본부

신문을 매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새생명나눔회라는 단체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경남에도 경남새생명나눔회라는 단체가 있었다. 그리고 이 단체는 이제 ‘경남’을 떼고 새생명나눔실천본부라는 독자적인 법인이 됐다.

옛 경남새생명나눔회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에게 신장이식을 장려하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됐다. 아직 장기기증에 대한 개념조차 불명확하던 1991년부터 줄기차게 경남새생명나눔회는 장기기증 홍보, 장기기증자와 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 결과 이번에 새생명나눔실천본부라는 발전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증 활성화 위한 실효성 있는 조례안 절실해

새생명나눔실천본부가 첫 걸음을 떼는 발대식이 지난 5월 29일 오후 창원시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기자가 갔을 때는 이미 상당수의 자리가 차 있었다. 행사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자리를 다 메우고도 넘쳤다. 관계자가 부랴부랴 접이식 의자를 수십 개 다시 깔고 있었다. 바쁜 관계자에게 다가가 “오늘 몇 명 정도 예상했습니까?”라고 물었다. 관계자는 “(좌석이)300개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라고 당황해 했다. 참석자들의 행렬은 창원시청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야 그쳤다.

   
사진 / 임종금 기자

드디어 행사가 시작됐다. 운영진들이 새롭게 만든 단체기를 앞세우고 단상 앞에 섰다. 기자가 사진을 찍을 때, 옆에 있던 한 회원은 “여긴 장기기증자들과 환자들이 직접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라고 말을 했다. 허수 회원이 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이들로 구성된 단체라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오늘 취임하는 허상윤 본부장의 취임사는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허 본부장의 취임사에는 ‘아직도 열악하다’, ‘여기까지 오기가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장기기증 활동에 참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는 문구를 거듭 반복했다. 보통 새로운 단체를 만들면 희망찬 장밋빛 미래를 앞세우는데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할까.

새생명나눔실천본부 이철호 이사장의 취임사에도 비슷한 심정이 묻어 있었다. 이 이사장은 “최근 지자체 중심으로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일련의 자치 조례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것이 선심성 행정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유력인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허성무 정무부지사, 안홍준 국회의원, 조기호 창원시 부시장 등이었다. 이들은 각각 축사를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 제도적인 토대도 마련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사진 / 임종금 기자

특히 허성무 정무부지사가 대독한 김두관 지사의 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 9천 명이지만, 작년 이식자는 394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장기기증은 걸음마가 아니라 원점에서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 운영진들의 취임사가 그토록 절박했는지 이해됐다.

안홍준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종교적 문제도 있어 쉽지 않다. 그래도 제도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장기기증 문제는 일단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가끔 장기기증에 대한 기사를 보면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는 속도는 너무 느리고 고통 받는 환자는 너무 많다. 하긴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생애 마지막까지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했으니 무슨 말을 더 하랴. 새생명나눔실천본부 회원들의 어깨가 참으로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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