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일 전에도 울었던 나무

거창군 위천면 당산리에는 천연기념물 제410호 '당산리 당송'이 있다. 높이 18m·둘레 4.05m로 껍데기는 거북등 모양을 하고 있다. 밑동에는 도끼 자국이 남아있는데, 여러 모진 세월을 견디며 60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소나무에는 영험함이 깃들여 있다고 전해진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 1945년 광복, 1950년 6·25 때 몇 달 전부터 밤마다 '웅~ 웅~ 웅~'하고 울며 나라에 큰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려줬다 한다.

마을을 찾아 소나무를 둘러보고선, 옆 정자에 예닐곱 모여있는 할머니에게 "소나무 울음소리 들어보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그 가운데 가장 젊은 분이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실 때 여기 우리 어머니가 들으셨다"라고 했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그날 기억을 전해 줬다.

   

"우리 아들이 밤에 안 들어와 새벽 2시쯤 집 앞에 나가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소나무에서 소 우는 소리처럼 '웅~ 웅~'하는 소리가 계속 나는 거야. 계속 나. 영판 소 우는 소리야. 그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며느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한번 운 게 아니고 여러 번 울었나 봐.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여럿 들었다네. 그러고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됐다 하더구먼. 그제야 우리는 '아이고. 그래서 소나무가 울었네'라고 생각한 거지. 이제는 소나무 울면 안 되지. 나라에 안 좋은 일 일어나는 거니까."
 

거창군 위천면 당산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10호 '당산리 당송'. /박민국 기자


이야기가 이어질 때 할머니 아들이 나와 "그때가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기 3일 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나무에 대한 오래전 기억을 덧붙여 전했다. "내 어릴 때 이런 소나무 세 개 있었는데, 하나는 늙어서 죽고, 또 하나는 태풍 사라 때 쓰러져 죽었어. 그래도 이 나무는 용케 살아남았지. 이제 나이가 다 됐는데, 천연기념물 지정돼서 일주일에 한 번 약치고 그렇게 관리하기 때문에 근근이 살아가는 것 같다."

이 마을은 매년 정월 대보름이 되면 소나무에 제사를 지내며 마을과 나라의 평안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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