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상북면 신전리에 있는 '이팝나무'를 찾아갔습니다. 지역을 돌다 보면 나무 한 그루가 명소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두 가지 감정이 엇갈리는데요. 참 좋은 나무다 싶은 게 하나고, 나무 한 그루 보려고 동선을 조정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신전리 이팝나무는 참 재밌는 나무입니다. 언뜻 보면 분명 두 그루인 게 분명한 나무가 사실 한 몸뚱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이팝'이라는 이름도 재밌는데요. 여름이 시작될 시기인 입하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고 부르다가 '이팝나무'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 하나. 꽃이 필 때 나무 전체가 하얀꽃으로 뒤덮여 이밥, 즉 쌀밥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 하나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하얀꽃이 쌀밥 같아서 붙였다는 게 더 정겹기는 합니다. 그 꽃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두 그루인 이 나무가 한 몸이랍니다. /박민국 기자

어쨌든 높이 12m, 둘레 4.15m에 이르는 나무와 만남은 그런대로 흐뭇했습니다. 이런 귀한 나무를 볼 때마다 오래 오래 제자리에서 튼튼하게 버텨주길 바랍니다. 물론 신전리 이팝나무를 또 보자고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함께 다니면 뭐든지 얘깃거리가 되는 사람들과는 귀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팝나무를 보면서 거슬렸던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팝나무를 등지고 도로 건너 보이는 산을 봤을 때인데요. 그곳은 골프장 건설이 한창이었습니다. 산이 그야말로 푹 파여서 흙만 보이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주변에 짙은 녹음과 견줘 그 황량함은 더했는데요. 골프장 건설이 이 지역에 얼마나 큰 득을 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만히 두어도 너무나 매력적인 산을 저런 식으로 건드는 것은 영 마뜩찮았습니다. 어여쁜 이팝나무를 등지고 구경하기에는 더욱 거슬리는 장면이었지요.

한쪽에 자그맣게 보이는 사람이 남석형 기자입니다. 나무 크기가 짐작되나요?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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