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여러 특산물 가운데 그 명맥을 잇는 대표적인 것이 매실입니다. '양산 매실'보다는 '원동 매실'이 더 자연스럽다 할 수 있겠습니다. 원동은 양산 내 원동면을 말하는 것으로 이 지역에서는 100여 전부터 매실 생산을 활발히 했다고 합니다.

매실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해서 원동면을 찾았습니다. 6월 16일이었으니 수확은 이미 끝났고, 판매도 떨이하는 시기였습니다. 원동면 노상에서 돗자리를 깔고 직판하는 사람이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그 가운에 올해 여든 되셨다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원동면 길가에서 간이 천막을 치고 매실을 팔고 있는 할머니. /박민국 기자

할머니는 "올해는 날이 가물어서 울라 한다. 어떤 사람은 6일 팔고 손 털었다"라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수확은 보통 5월 말이면 했는데, 올해는 씨알이 굵지 않아 6월 초에 했다고 합니다. 수확 후 20일가량 판매하면 한해 농사는 마무리되는 것이었습니다.

kg에 따라 2만 5000원, 3만 원, 3만 5000원으로 나눠 팔았는데, 이날은 11kg 3만 5000원짜리만 남아있었습니다. 매실진액도 1.5ℓ병에 담아 1만 원에 팔았습니다. 

찾는 이들이 종종 있었지만, 그만큼 허탕 손님도 많았습니다. /박민국 기자

도로에는 오가는 차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 가운데 가던 길을 멈추는 이들은 종종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오면 할머니는 "올해는 씨알이 안 여물고 좀 비싸요"라는 말부터 먼저 했습니다. 손님이 "지난해에는 2만 5000원 하던데 올해는 3만 5000원이나 하네…"라고 하면, 할머니는 "그거는 10kg이고 이거는 1kg 더 들었다잉교"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이 반복됐습니다. 

이승환 기자가 1만 원 하는 매실 진액 한 통을 샀습니다.  /박민국 기자

그러다 다섯 번째 손님이 찾았습니다. 친정엄마·남편과 함께 찾은 여성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그리 비싸지는 않은데, 크기가 작네"라며 고민하다 "그냥 사야겠다. 엄마 내가 사 주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콧소리를 섞어 "깎아주세요"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에이…"라고 하면서도 거스름돈으로 3000원 더 내주며 3만 2000원만 받았습니다.

할머니는 또 다른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과자와 담배로 무료함을 달랬습니다.

일주일 후 원동을 다시 찾았을 때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과자를 먹으며 손님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박민국 기자
           
올해는 가물어서 매실 크기가 굵지 않다고 합니다.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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