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SNS, 시민과 행정을 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민 기자, 이번 〈피플파워〉 파워 블로거 열전 누구 취재할 거지?”
“아직 섭외를 못했습니다.”

“그럼, 페이스북 창원시 그룹에 임성운 씨 추천 올라와 있던데, 한 번 취재해 봐.”

‘돌아서면 다가오는’ 〈피플파워〉 원고 마감.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김주완 편집국장이 지시 겸 제안을 했다. 김 국장은 얼마 전 창원시 그룹에 〈피플파워〉 인터뷰해볼 만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추천 후보 중에 임성운(45·창원시청 기획홍보실 공보관 온라인홍보 담당) 씨도 포함돼 있었다.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전 창원시청에서 임 씨를 만났다.

“아마 인터뷰 내용 나가면 다들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신비주의가 깨지면 안 되는데…”로 시작된 인터뷰는 1시간가량 다소 ‘빡빡’하게 진행됐다.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일단 ‘호구조사’와 고향, 취미부터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창원시청 온라인홍보담당 임성운 씨 ./박일호 기자

“아내와 딸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삽니다. 고향은 통영인데, 창원에 온 지는 근 30년이 다돼 갑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1984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마산에 왔어요. 제가 중3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정이 많이 어려웠거든요. 학교를 다닐 형편이 안되서 검정고시를 쳤지요. 마산에 오자마자 어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일했는데, 늦어도 아침 7시 출근해서 저녁 8시에 퇴근했습니다. 그때의 고생 탓이지 마산에 대한 기억은 힘들었다는 기억 밖에 없어요. 페이스북 ‘내 소개’에 ‘그저 창원이 좋아 창원이 고향이다 싶어 살아가는 1인입니다’이라고 했는데요. 그냥 창원에 오래 살았으니까요. 창원은 가로수가 잘 되어 있고, 공원이 많아서 좋습니다. 취미는 배드민턴 하는 거랑 등산입니다. 아, 야구는 하는 것은 몰라도 보는 건 아주 좋아합니다. 롯데 팬인데, 최근 NC 다이노스로 전향하라는 압력을 상당히 받고 있습니다. 일단 2군은 NC, 1군은 롯데로 방침을 세워둔 상태입니다.”

어떻게 공무원이 됐을까.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일까. 연이어 질문을 던졌다.

“연식이 그래도 좀 됩니다. 92년 10월 공무원이 됐습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아는 선배 권유로 시험을 쳤습니다. 대학에서는 전자계산학과를 공부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전산직이 귀할 때였거든요. 지금까지 들어와서 주민등록 전산업무, 네트워크 구축, 인터넷 시스템, 정보화 기본계획 등 여러 일을 해봤습니다.

이 가운데 딱히 보람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뿌듯하게 생각하는 게 인터넷 도메인에 changwon.go.kr를 도입한 거죠. 2000년 6월에 적용했는데요. 당시 도메인 체계가 기초+광역+국가로 돼 있어서 city.changwon.kyougnam.kr를 도메인으로 사용하던 시절이죠. 그때 제가 홈페이지 리뉴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혁신적인 포털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도메인이었어요. 이렇게 긴 주소를 누가 기억하겠습니까. 도메인은 한국전산원이라는 곳에서 관리를 했는데, changwon.go.kr과 IP 대역에 대해 배정 신청에 선뜻 해주겠다는 거예요. 얼마나 고맙던지요. 해서 담당자 이름을 수첩에 적었지요.

창원시청 온라인홍보담당 임성운 씨 ./박일호 기자

그런데 보름쯤 지나서 홈페이지 개통 준비 관련 도메인 등록 요구와 예상 개통일을 알아보고자 한국전산원에 연락했죠. 그런데 그 담당자가 갑자기 도메인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따졌더니 go.kr은 중앙정부용이라서 사용할 수 없다면서 행정자치부로 연락해 보라는 겁니다. 해서 행자부에 전화해서 ‘차라리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든지, 유인물도 다 만들어놨는데, 무용지물 됐으니까 당시 물어내라’고 따졌죠. 그때 제가 8급이었는데, 참 겁도 없었죠. 계속 전화해서 따졌더니 한국전산원에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창원시에만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입니다. 이후 다른 자치단체에서 홈페이지 개통 관련 문의 들어오면 노하우를 모조리 알려드렸습니다. ‘싸움 기술의 공유’였죠.”

다른 곳은 몰라도 행정 쪽에서 온라인 홍보담당이라는 게 그렇게 낯익지는 않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지난 2010년 12월 6일 자로 현재 공보실로 발령받았습니다. ‘인터넷 홍보 업무 역량 강화’라는 과제를 부여받았습니다. 뭔가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창원시에서는 정보통신과에서 운영하는 트위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는 유일했습니다.

그러다 연구하게 된 게 ‘소셜미디어’였습니다. 특히 SNS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평소 관심이 있어서 이런저런 책을 통해 알고 있었죠. 지난해 1월 OR 코드부터 도입하고, 2월에는 페이스북 창원광장(http://www.facebook.com/cwopenspace)과 유튜브를 개설했어요. 트위터도 공보관실로 통합해서 운영하기로 했죠. 같은 해 6월에는 네이버와 다음에 블로그도 개설하고, 8월에는 영문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밖에도 진해군항제 등 각종 행사 인터넷 중계도 하고요. 파워블로거-창원시장 간담회도 열었습니다. 솔직히 이 업무 맡기 전까지만 해도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제가 초기 SNS개설 계획을 설명하면서 문서에는 페이스북이라고 해놓고 입으로는 ‘페이스샵’이라고 했겠습니까. 하하하.”

담당공무원으로서 SNS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한마디로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에서도 SNS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많이 도입됐습니다. 굳이 정리한다면 2010년 인식기 2011년 도입기 2012년은 확산하는 시기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창원시 SNS 계정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많은 시민들이 사소한 내용에도 고마워하고, 즐거워하시는구나,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을 가지고도 감정 표현을 이렇게 나타내는구나 등등입니다. 그만큼 시민들의 생각이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생각과 말씀들을 행정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SNS 운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홍보만 하면 100% 실패합니다. 핵심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원시청 온라인홍보담당 임성운 씨 ./박일호 기자

또 SNS가 활성화되면서 예전에는 사회적 이슈가 행정이나 기관 단위에서 만들어졌는데, 요즘은 반대로 시민들이 만듭니다. SNS가 시민과 행정을 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만들었습니다. SNS는 차이를 잘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이런 게 소통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해 2월 때 아닌 폭설로 난리가 났는데, 그때 경남도민일보 정성인 기자가 창원시 SNS 운영사례가 좋았다며 칭찬하는 바람에 제대로 발목 잡혔습니다. 이제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게 됐습니다. 하하하.”

자신을 추천해준 창원시 그룹에 대해서는 “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라며 칭찬했다.

“페이스북에서 지역성을 가진 그룹 중에 ‘창원시 그룹’처럼 활성화된 곳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공통 관심사도 없고, 움직일만한 매개체도 없는 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창원시 그룹’이 잘 되는 이유는 뭘까요. 저는 이 그룹에 속한 이들이 ‘흥’이 있고, 그 흥을 즐길 줄 알기 때문으로 봅니다. ‘페이스티벌 인 창원(FACEtival in Changwon)’도 열고, ‘겸사겸사 콘서트’도 엽니다. 참 끼도 많고, 조그마한 일에도 흥겨워 하는 것 같아요. 상대방을 잘 배려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작년 말 창원시 그룹 송년 모임에도 가보고, 얼마 전에는 식신원정대도 가봤는데, 정말 재미있더군요.”

앞으로 계획과 꿈에 대해 질문했더니 “공부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공부에 대한 미련이 많습니다.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원을 가고 싶습니다”며 짧게 받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