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감기와 면역

9월이 중순을 지나고 있는데 한낮에는 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계속됐다. 밤이나 새벽 기온은 그래도 제법 서늘한 기운이 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나면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알다시피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므로 기온의 차이나 차가운 날씨가 감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기온의 변화는 감기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인체의 방어 체계와 면역력에 영향을 미치므로 환절기나 추운 날씨에 감기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이다.


면역력과 감기는 어떠한 관계일까.

한의학에 인체와 병의 관계를 설명한 것 중에 허사적풍(虛邪賊風)이라는 표현이 있다. 인체의 허약한 틈을 타서 사기가 들어오는 것이 도둑이 들듯 침범한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 풍(風)이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바람 즉 공기를 통한 감염성 질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질병의 외적인 요인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지만 인체의 기운이 허약하여 이를 막아내지 못했을 때 병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이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서 아이들은 면역이 약하기 때문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했을 때 견디는 힘이 약하고, 감기 바이러스랑 싸워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인체의 대응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감기를 자주 하던 아이들도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감기를 덜 하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이는 7~8세 무렵 면역체계가 갖춰지기 때문에 감기에 대한 면역이 좋아져서 그런 것이다.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다 똑같지 않고 몇 가지 유형이 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사상체질 중 태음인은 간대폐소(肝大肺小-간의 기운은 왕성하고 폐의 기운은 약함)라는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호흡기가 약한 체질로 감기에 걸리기 쉽고 호흡기 질환을 앓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사시사철 감기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고 폐렴, 천식 등으로 말미암은 입원 경력도 다른 체질에 비해서 빈도수가 높다.

감기만 걸리면 항상 고열이 동반되는 아이도 있는데, 이는 신체의 전반적인 면역이 약한 경우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해야 하는 인체의 방어체계가 부실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밥도 잘 안 먹고 유행성 질환은 꼭꼭 앓고 넘어가는 등 신체 전반적으로 허약한 아이들이 많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꼭 감기를 하고 지나가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경우는 더웠다 추웠다 하는 기온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인체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면서 생기는 일종의 체력적인 저하가 문제로 볼 수 있다.

유형마다 원인과 조건이 다르므로 예방법이 다르고 대처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 만병통치약이 있을 수 없다.

과거보다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신체적인 발육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기초체력은 많이 약해졌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본다. 예전보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듦으로 인하여 기본적인 체력이 많이 약해진 것도 면역력과 관련성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의료기반의 발달과 확충으로 손쉽게 의원을 이용할 수 있음으로 하여 가벼운 질환에도 약의 도움부터 받게 되고 이 때문에 감기에 걸렸을 때 인체의 대응 경험이 부족한 것도 감기를 달고 있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한 원인일 것이다.

모든 병이 그렇듯 감기 또한 치료보다는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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