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행정의 달인' 사천시청 회계과 방태섭 씨

'시민들에게 아빠를 빼앗겨 버렸어요.'

사천시청 회계과에 근무하는 방태섭(44·6급·사진) 씨의 아들인 겸율(17) 군과 딸인 과비(13) 양의 하소연이다. 아이들은 주말이나 휴일에도 '아빠와 함께' 놀았던 기억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입학·졸업식 등 아이들의 아주 중요한 행사에 빠지는 것도 다반사.그래서 집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는 아내인 서정숙(44) 씨 몫이다.

방 씨는 주말이나 휴일, 그리고 밤낮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민원 해결을 위해 발로 뛰어다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가족들에게 '좋은 아빠', '좋은 가장'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방 씨. 그러나 방 씨는 시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언제나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천생 공무원'이다.

   
 

방 씨의 '시민사랑'은 사천군청 재무과 지적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난 1991년 3월부터다. 함양 출신인 방 씨는 사천에서 공직생활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전문 분야인 지적업무와 국·공유 재산 관련 업무에 대해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야 했고, 민원인들에게 한 발짝 먼저 다가서야만 했다.

특히, 민원인에게 친절한 서비스는 해박한 지식이 아니면 불가능했기에 그의 손에서는 전문서적이 떨어질 줄 몰랐다. 현재 방 씨는 토목기사 2급, 측지 기사 2급, 지적기사 2급 등 다수 자격증을 갖고 있다.

방 씨의 '시민사랑'에 대한 일화를 보여준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지난 2006년 일이다. 방 씨는 향촌동 신향마을 주민들로부터 66년간 국유지에 살아오면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을 듣게 됐다. 그러나 필지가 크다 보니 매각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방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일에 방 씨는 2년간 매달렸다. 업무를 마친 후에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 사무실, 그리고 주민과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승인권자인 경남도를 수차례에 걸쳐 방문,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설명하는 등 설득 작업을 벌였다. 결국, 3년 만에 주민들은 60여 년의 한을 풀게 됐다.

방 씨는 "신향마을 국유지를 주민들에게 불하받도록 하는 것은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다"며 "그러나 국유지 불하 승인을 얻어냈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기뻐하며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에서 공직생활의 보람을 찾았다"고 말했다.

방 씨는 지난 2001년 재무과 지적계에서 회계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당시 사천시가 지난 2001년 감사원으로부터 국유재산 관리 보존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건수는 무려 5000여 건에 달했다. 방 씨에게 감사원 지적을 해결하라는 '절대 미션'이 주어졌다. 방 씨는 석 달 열흘이 넘도록 밤낮으로 국·공유 재산 현황 지적도 4000장을 복사한 뒤 국유재산에는 빨강으로 색칠하고, 공유재산에는 파랑으로 색칠했다. 그리고 국유재산과 공유재산의 모든 이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목록까지 만들었다. 드디어 '미션 클리어'.

이런 공적으로 방 씨는 지난 2006년 건설교통부, 재경부 담당자 9명과 함께 영국 등 유럽으로 유공자 연수를 가게 됐다. 이때 당시 방 씨는 그의 공직생활 중에서 가장 큰일(?)을 하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연간 200억 원의 예산으로 한국토지공사, 한국감정원 등에 용역을 줬다. 이들은 걸어다니면서 조사를 했는데,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방 씨는 수백, 수천 개로 나뉜 필지를 하나로 합병하고, 항공사진으로 실태조사를 하면 예산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결국, 정부에서 해오던 국·공유 재산 조사 방식이 바뀌게 된 것. 건설교통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방 씨는 '지적의 달인',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다. 행정 공무원 20년차인 그는 조직 내에서 대민 친절행정의 대명사, 예산 절감과 세수 증대의 귀재, 매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업무수행 능력자로 통했다. 사천시 공무원 최고상인 '또록이 대상'(2005년, 경남도지사 표창(1999년),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2002년), 재정경제부 장관 표창(2005년), 건설교통부 장관 표창(2006년) 등은 '덤'으로 따라왔다.

방 씨는 "공무원이 대충 놀고먹는다는 식의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지만 연구하고 노력하는 공무원이 훨씬 많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지적이나 국·공유 재산 관련 업무뿐 아니라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항상 고민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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