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통영을 취재할 때 통영 이야기는 통제영에서 시작해 통제영으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김일룡 향토문화관장을 만나고 이야기 가닥을 수정하게 됩니다. '욕지도에 중석기 유물이 나온 것으로 봐서 통영은 옛날부터 살기 좋았던 곳'이라는 말을 듣고 말입니다. 통제영 그늘에 가린 통영 속살, 그 모습을 욕지도가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욕지항 모습입니다. /이승환 기자

통영항에서 욕지도까지는 배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 배에서 내리면 전형적인 섬마을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일단 배에서 내리기는 내렸는데, 사실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해야 할지 감이 없었습니다.

주변 가게를 들러 조개무지가 나온 자리를 물었지요. 볼 것도 없는 거기를 왜 가느냐는 타박을 들으면서요. 물어 물어 조개무지를 찾아가는데 중간에 면사무소가 보였습니다. 면사무소에서 조개무지 위치를 물었지요. 그러면서 욕지도 관광정보 말고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공무원은 관련 자료를 몇 장 출력해주더군요.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조개무지가 나온 자리를 확인하고 나서 면사무소 옆에 있는 도서관을 찾아갔습니다. 도서관에서도 별다른 자료를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침 도서관 사무실에 계시던 분이 "욕지개척사무소를 찾아가 보시죠"라고 귀뜀해주시더군요. 욕지개척사무소? 선뜻 와닿지 않는 단어였습니다. 다행히 면사무소 근처에 사무실이 있어 문을 열었습니다. 그곳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몇 분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더군요. 욕지도 관광자료 말고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니 어르신 한 분이 마침 잘 왔다며 손으로 누군가를 가리켰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분이 김흥국(53) 욕지개척기념축제운영위원회 사무국장이었습니다.

김흥국 용지개척기념축제운영위원회 사무국장입니다. /이승환 기자

김흥국 사무국장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중석기 유물부터 시작해 한창 때 통영지역 수산업 전진기지였다던 욕지도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김흥국 사무국장은 어려움 없이 답을 줬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김흥국 사무국장은 욕지도 역사를 정리한 '욕지면지(欲知面誌)' 한 권을 건넸습니다. 김흥국 사무국장은 욕지면지 저자였습니다. 제대로 얻어걸린 셈이였지요. 그에게 받은 두툼한 책을 통해 욕지도, 그리고 통영에 대한 다른 모습을 미뤄 살필 수 있었습니다. '경남의 재발견' '통영편' 첫머리는 욕지도에서 김흥국 사무국장에게 얻은 힌트를 바탕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욕지항 바다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인데도 물이 상당히 깨끗했습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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