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많이 들은 말 가운데 하나가 '좌안동 우함양'입니다. 조선시대 뛰어난 유학자를 안동과 함양에서 많이 배출했다는 얘기인데요. 서울에서 봤을 때 왼쪽이 안동, 오른쪽이 함양이어서 '좌안동 우함양'이 됩니다.

사실 함양에 오기 전까지 '서원'이라고 하면 으레 경북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을 떠올렸습니다. 몇 번 가본 적도 있고요. 아니나 다를까, 이곳 사람들은 바깥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안동에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면 함양에 일두 정여창 선생이 있고, 도산서원을 내세우겠다면 남계서원으로 받아주겠다는 것이지요. 남계서원을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남계서원입니다. 조선시대 두 번째 세워진 서원이기도 합니다. /박민국 기자

수동면 남계마을에 있는 남계서원을 찾았습니다. 남계서원과 함께 지도에서 멀지 않은 청계서원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두 서원은 붙어 있었습니다. 남계서원은 보수 공사 중이었습니다. 입구부터 공사 작업 비계가 세워져 있어 기둥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서원에 들어갔습니다.

가파른 경사면에 지은 서원은 일단 규모가 소박했습니다. 위쪽에 정여창 선생을 모신 사당이 있고, 그 아래 공부를 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규모가 거대한 도산서원과 비교가 됐는데, 소박하고 단출한 서원 규모 역시 함양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자랑이었습니다. 김성진 함양문화원장 말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함양 선비들은 권세를 탐하지 않았어요. 세도가인 안동 선비들과는 또 다르지요. 고택이나 서원을 봐도 으리으리한 안동 것과 달리 함양은 소박하고 단출해요. 성리학 정신을 실천하려는 진짜 선비들이 모인 곳이 함양이었지요."

그냥 '우리 것이 좋다'라는 생각이 만든 자랑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권세에 맞서 직언을 피하지 않았던 함양 선비들 일화나 역사 속 인물들 삶을 살펴보면 그런 자랑이 전혀 근거 없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남계서원 바로 옆에 있는 청계서원 입구입니다. /박민국 기자

바로 옆에 있는 청계서원은 남계서원과 거의 같은 구조였습니다. 조선시대 학자인 문민공 김일손 선생이 공부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김일손 선생은 경북 청도 사람인데, 일두 정여창 선생을 흠모해 남계마을에 청계정사를 짓고 공부했다고 합니다.

정여창 선생은 김일손 선생보다 14살이나 많았지만, 두 학자는 절친한 친구처럼 교류했다고 합니다. 훗날 함양 선비들이 김일손 선생을 추모해 청계정사를 복원하고 유허비를 세워 청계서원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청계서원 내부입니다. 남계서원과 구조가 비슷했습니다. /박민국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