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자랑하는 음식을 물으면 크게 3가지 답이 돌아왔습니다. 흑돼지, 안의 갈비탕, 어탕국수 정도입니다. 흑돼지와 어탕국수는 그냥 음식 이름만 나왔는데, 갈비탕은 앞에 지명인 '안의'가 붙어 유별났습니다. 일단 안의면으로 향했습니다.

마을 입구에 흐르는 강이 보기 좋았습니다. 꽃가루와 민들레 씨앗이 상당히 많이 흩날렸는데 보기 좋았습니다. 물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에게는 난감하겠지만….

안의면에 들어서자 갈비탕 식당이 여기저기에 보였습니다. 그런데 가게마다 '원조'를 내세우더군요. '무슨 갈비탕집이 똑같은 날에 생겼나'라며 웃었습니다. 미리 알아본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갈비탕을 주문하면서 사장님께 물었습니다. 

'원조'가 많은 안의면 갈비탕집 중에 '원조'를 붙이지 않은 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박민국 기자

"안의 갈비탕이 왜 유명합니까?"

사장님은 처음에는 주저하더니 조심스럽게 근거를 꺼내놓습니다.

"40여 년 전부터 유명해진 것 같아요. 당시 거창 부군수가 관용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자주 왔는데, 안의 갈비탕이 끝내준다고 소문을 많이 냈다더라고요."

"부군수가 맛있게 먹은 것은 먹은 것이고, 이쪽에 갈비탕집이 많이 생긴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아! 옛날에 마을 한쪽에 제법 큰 우시장이 있었어요.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우시장이 있었다는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됐습니다. 아무래도 우시장 근처라면 좋은 고기 구하기가 쉽지 않았겠습니까. 터만 남았다는 우시장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의 갈비탕입니다. /박민국 기자

갈비탕은 평소 즐겨 먹지 않아 안의 갈비탕이 뛰어난 음식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나중에 선배에게 얘기를 들으니 요즘 갈비탕은 좋은 고기를 쓰지 않아 뼈도 굵지 않고 그렇다더군요. 안의 갈비탕에 들어가는 고기는 뼈가 굵었고 고기도 괜찮았습니다. 

뼈에서 고기를 쉽게 뗄 수 있도록 가위를 주더군요. /박민국 기자

우시장이 있었다는 터에는 농기계·가스통 같은 것들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농기계를 수리점이 있었는데 그곳 사장님께 우시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시장이 면치고는 상당히 컸어요. 지금 주변에 도로 있는 곳, 저기 집이 들어선 곳까지 모두 우시장이었지요. 20년 전쯤에 사라졌는데 소가 팔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네요."

우시장이 있었다던 터 근처에는 순대를 파는 식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갈비탕을 먹지 않았다면 순대를 먹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우시장이 있었다는 터 앞에 있는 농기계 수리점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박민국 기자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옛날에는 상당히 규모가 큰 우시장이었다고 합니다.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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