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 선비만 있나? 선승도 있지!

함양에 있으면 '선비의 고장'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고택, 서원, 누각 등 유교 문화가 남긴 자산을 자주 접하게 되지요. 그런데 함양은 유교 문화 못지않게 불교 문화가 남긴 자산도 상당합니다. 당장 마천면에 있는 벽송사와 바로 옆에 있는 서암정사만 봐도 그렇습니다.

벽송사는 너른 마당과 3단으로 층이 나뉜 절 구성이 인상적인 절입니다. 마당에서 계단을 올라 남쪽을 바라보면 눈에 들어오는 지리산 줄기가 또 보기 좋습니다. 함양을 둘러싼 지리산과 덕유산은 이 지역 어느 곳에서든 힘찬 산세를 담은 풍경을 넉넉하게 제공합니다. 벽송사에 들어서자 한 스님이 마당을 가로질러 지나갑니다. 냉큼 쫓아가서 물었습니다.

"스님, 벽송사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데 얘기 좀 해 주실수 있는지요."
"저 위에 올라가면 안내판이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지리산이 잘 어우러진 벽송사 경내입니다. /이승환 기자

스님 말씀 좀 듣고자 했던 소박한 소망은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벽송사는 한국 불교사에 큰 자취를 남긴 선승들이 수행한 곳이기도 합니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큰 활약을 펼친 서산대사가 벽송사 제3대 조사입니다. 서산대사 제자인 사명대사가 도를 깨우친 곳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벽송사는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라고 내세웁니다.

석가탄신일을 앞둔 때라 절 곳곳에서 연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승환 기자

벽송사는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이 벽송사를 야전병원으로 이용했는데요. 이 때문에 나중에 군인들이 벽송사를 불태우기도 합니다. 지금 벽송사는 1960년대 들어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함양이 '선비의 고장'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선비의 고장'이라고만 한다면 함양을 절반만 얘기하는 게 될 듯합니다. 함양은 유교문화 못지않게 불교문화 자산도 넉넉한 곳입니다. 

'경남의 재발견' 사진·동영상 촬영을 도맡아 하는 박민국 기자를 뒤에서 찍었습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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