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몇 통 돌리면 집집이 뭐가 있는지 다 알 수 있지"라는 '지리산 식육식당' 방영호(48) 사장 안내로 똥돼지를 만나러 갔습니다. 마천면사무소에서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나오는 실덕마을(덕전리)이었습니다.
처음 간 집은 옛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실제 똥돼지를 키우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집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험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데 경사도가 거짓말 조금 보태 45도는 돼 보였습니다. 사람 발길이 잦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길 따라 계속 들어가니 넓은 터와 작지 않은 집 한 채가 보였습니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사람은 없었는데, 방 사장은 자기 집인 양 스스럼없이 저희를 안내했습니다.

함양군 마천면 실덕마을에서 만난 옛날 똥돼지./박민국 기자

함양군 마천면 실덕마을에서 만난 옛날 똥돼지./박민국 기자

안채 옆을 지나자 산 아래쪽에 움막 같은 게 보였습니다. 두 개 층으로 된 듯 한쪽 편에는 위로 올라가는 별도 통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래쪽에서 짐승 소리가 들렸습니다. 산뜻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똥돼지 한 마리가 아래쪽 창살 사이로 머리를 살며시 내비쳤습니다. 울음소리가 보통 집돼지보다는 훨씬 위용 있었습니다. 바깥으로 코를 내밀고 한동안 '킁킁' 거렸습니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쌓아둔 볏짚을 아래로 조금씩 넣으면 이것이 섞여 아래 쪽에 있는 똥돼지 먹이가 된다 하네요. /박민국 기자

위로 올라가니 재래식 화장실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리 벌려 자세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인분 밭에서 이놈이 어슬렁어슬렁 거렸습니다. 이 환경에서 변을 보는 상상을 잠시 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화장실 한켠에는 볏짚이 있었습니다. 인분과 볏짚을 똥돼지가 먹고, 똥돼지 배설물이 또 한 번 섞이면서 좋은 거름이 되는가 봅니다.

2층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박민국 기자

배설 후 휴지는 아래에 넣지 않고 별도 통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방 사장은 "집주인이 휴지는 아래에 버리지 않는 걸 보니 똥돼지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 같네. 그런 마음 없으면 이렇게 못 키우지"라고 했습니다. 주인이 없어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방 사장은 "똥돼지가 그냥 흑돼지보다 20~30% 가격을 더 받지 싶다. 그런데 1~2마리밖에 못 키우니 돈이 안 되지. 주위로부터 특별히 부탁받아서 키우는 것 외에는 하기 어렵지"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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