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똥돼지를 찾고자 일단 마천면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천면사무소 인근 파출소로 들어가 옛날 방식으로 키우는 똥돼지 행방과 흑돼지 맛집을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파출소 직원 두분은 "똥돼지 사라진 지 꽤 오래됐는데…" "우리가 어느 한 집만을 말하기는 그렇고, 다 맛있죠"라고 했습니다.

별 성과 없이 파출소를 나오는데, 바로 옆 흑돼지 식당 입구에서 한 남성이 쭈그려 앉아 담배 태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곳 사장 방영호(48) 씨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이것저것을 여쭤보자 방 사장은 많은 얘기를 들려줄 태세였습니다. '잘 됐다' 싶어 이곳 흑돼지 맛도 볼 겸 아예 식당 안에 자리를 폈습니다.

우리의 질문에 답해주고 있는 함양 마천면 지리산식육식당 방영호 사장.
함양 마천면 지리산식육식당 방영호 사장.

방 사장은 9살 때 전북 남원에서 이곳 마천면으로 왔다고 했습니다. 나무 한 장작 팔면 600원 받아 보리쌀 두 되 정도 사던 시절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자연스레 사료 먹인 흑돼지, 그리고 좀 더 지나서는 마천면에서 처음으로 한우까지 키웠답니다. 그런데 어렵게 키운 돼지·소 값이 너무 안 나오니, 답답한 마음에 "그럼 내가 키운 거 내가 직접 팔겠다"해서 한 달 전 '지리산 식육식당'이라는 식당을 차렸습니다.

방 사장은 스스로를 '나는 성격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한번은 외제차 탄 젊은 사람들이 와서는 '고기 맛이 어떻다'는 둥 엉뚱한 소리를 하니, 고기를 통째로 꺼내와서는 '손님들이 먹은 고기는 바로 이 부위에서 떼낸 살'이라며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고 합니다. 이들 손님은 그다음부터 단골이 되었다고도 하네요.

함양 마천면 지리산식육식당 흑돼지 삼겹살
함양 마천면 지리산식육식당 차림표

저희에게 방 사장은 구세주 같은 분이었습니다. '옛날 방식으로 키우는 똥돼지는 없다'고 결론 내리며 흑돼지 맛에 빠지려던 찰나, 방 사장은 "수소문 끝에 똥돼지 있는 곳을 알아냈다. 요 윗동네 몇 군데 있는 것 같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오셨습니다. 다음날 방 사장 안내로 우리는 똥돼지와의 역사적인 대면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함양 마천면 지리산식육식당 방영호 사장.

그 외 마천면 고기는 철분이 많아 질감은 좋지만, 등급은 오히려 낮게 나온다는 얘기 등 함양에 대한 보석 같은 얘기를 전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기념으로 찍은 사진 몇 장을 며칠 후 대학생 따님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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